하나은행이 6일부터 적격대출 취급을 재개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적격대출 취급 재개 하루 이틀 만에 한도를 모두 소진했다. 사진은 지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영업부 모습./뉴시스

연초부터 주요 은행에서 고정 금리 정책 대출 상품인 ‘적격대출’이 조기에 소진되는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손님이 몰리는 것)’이 벌어지고 있다. 시중 금리가 오르면서 적격대출 금리가 변동 금리형 주택대출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새해 첫 영업일인 3일 오전에 1월분 적격대출 한도 330억원이 모두 소진됐다. NH농협은행에서는 3~4일 이틀 동안 1분기 한도가 모두 동이 났다. 6일부터 적격대출을 취급한 하나은행은 7일까지 이틀간 1분기 한도의 20%에 해당하는 대출 신청이 몰렸다. SC제일은행, 수협은행 등은 취급 한도가 남아있지만, 대부분 조기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격대출은 최장 40년간 고정 금리로 원리금을 매달 갚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이다. 주택금융공사가 은행이나 보험사를 통해 공급하는데, 장기 고정 금리라는 특성상 변동 금리나 혼합형 금리(5년 고정 이후 변동 금리)보다 금리가 높은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시장금리가 인상되고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적격대출 금리가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낮아졌다. 지난해 10월에는 일반 주택대출 금리가 연 3.26%로 적격대출(3.30%)보다 낮았다. 그러나 11월에는 일반 주택대출 금리(3.51%)와 적격대출(3.40%) 금리가 역전됐다. 올해 1월에도 적격대출 금리가 3.40%인데, KB국민은행의 혼합형 주택대출 최저 금리는 3.72% 수준으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적격대출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공급 물량은 급격히 줄고 있다. 정부가 적격대출 재원을 줄이고, 서민·취약 계층이 이용하는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대출 공급 물량을 늘려가기로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주금공에 따르면, 2017년 12조6000억원 수준이었던 적격대출 연간 공급량은 지난해에는 9월까지 4조1000억원이 공급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