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26년이 되면 초고령 사회(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20% 이상)로 진입해 은퇴 준비 필요성이 더 중요해진다. 준비되지 않은 노후는 개인적인 비극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된다.
2017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다운사이징’은 인구 과잉 해결책으로 인간 축소 프로젝트인 다운사이징 기술을 개발한다. 이 기술은 단순히 부피를 0.0364%로 축소하고 무게를 2744분의 1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재산 1억원의 가치가 120억원이 되어 왕처럼 살 기회의 시작이기도 하다. 신체 부피가 줄어든 만큼 비용 또한 급격히 줄어들면서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은퇴를 제2 인생 시작 시기로 받아들인다면, 이에 대한 준비와 실천이 중요하다. 은퇴 생활을 하면서 다운사이징할 때 알아두면 좋은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집부터 다운사이징
고령층은 은퇴 후 노후 생활 자금을 자체 조달하는 방안으로 주택 규모를 줄이는 다운사이징이 필요하다.
은퇴 후에는 자녀들이 성장해 분가하여 사는 경우가 많으므로 집이 황량하거나 크게 느껴지면서 관리 어려움이 따른다. 큰 집 청소는 물론, 재산세, 집 담보 대출 비용, 집 유지 비용도 부담이다.
거주하는 주택 규모를 줄여서 작은 집으로 이주한 후 차액을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면 어떨까. 남영우 나사렛대 교수에 따르면, 이런 투자법을 활용하는 경우 주택 규모가 작아질수록 수익률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수익률이 가장 높은 경우는 5대 광역시에서 중소형 주택을 소형으로 전환하는 경우로 8.8%였다.
최근 이런 수요를 반영하듯, 주택 다운사이징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큰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이사하여 오히려 소형 아파트가 더 오르거나 희귀해지는 경우가 있다.
또 다른 은퇴 자금 활용 방안으로 주택연금이 있다. 주택연금은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소득이 부족한 은퇴 생활을 위하여 평생 또는 일정 기간 안정적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집을 담보로 자기 집에 살면서 매달 연금을 받는 제도다.
주택연금은 평생 거주하면서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하는 경우에도 감액 없이 같은 금액 지급을 보장해 준다. 또한 나중에 부부 모두 사망 후 주택을 처분해서 집값이 남으면 상속인에게 돌아간다. 주택연금 가입 주택이 5억원 이하이면 재산세 25% 감면 등 세제 혜택도 있으니 본인 소유 집에서 살면서 주택연금을 수령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소비 다운사이징
은퇴 후에는 소득이 줄거나 단절되는 만큼 자연스럽게 생활비 등 소비를 줄여야 한다.
첫째 자녀의 생활비, 교육비, 결혼 비용이다. 부모가 성인 자녀에게 생활비를 주고, 과다한 교육비 지출에 결혼 준비까지 전적으로 도와주다 보면 본인의 은퇴 준비가 안 되어 나중에 자녀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경찰 공무원으로 퇴직한 이가 자녀 결혼 자금 때문에 집을 담보로 결혼 비용으로 쓴 후 본인 연금에서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다 보니 생활 수준이 확연히 떨어지는 실사례가 있었다. 자녀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거나 어디까지 지원해야 할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의논하는 것이 좋다.
둘째, 은퇴 후에는 필요한 것 위주로 소비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항목별로 예산을 작성하고 가계부 항목을 단순하게 나눠서 계획 없이 나간 지출을 한눈에 들어오게 표시하여 지출을 통제하는 것이다. 애경사 비용을 합리적으로 지출하고 의류는 리폼하거나 편리성 위주로 사는 방법도 필요하다.
◇의료비 다운사이징
노인 인구 증가와 의료 기술 발달로 은퇴 후 의료비 지출도 급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개인의 가처분 소득에서 의료비를 40% 이상 지출하는 경우를 ‘재난’으로 규정한다. 과다한 의료비 지출은 가계 재정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도 가중시킨다.
의료비 증가에 따른 충격은 은퇴 이후 소득이 줄어드는 시기에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평균 의료비 증가율은 8.6%로, 지난 10년간 그 증가 속도는 OECD 국가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국민건강보험과 더불어 실손의료보험 등 민영 보험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실손의료보험을 활용하여 비급여 비용 등에 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진단 자금이나 수술비 등은 보장성 보험을 통해 줄일 수 있다.
둘째, 의료비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꾸준한 건강 관리로 건강 수명을 늘리는 것이다. 건강 수명이란 전체 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 받는 기간을 제외하고 건강을 유지한 기간을 뜻한다.
이제는 단순하게 오래 살기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가 더 중요하다. 너무 짜게 먹거나 편식하는 나쁜 식습관을 버리고 음주나 흡연을 멀리하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취미 활동이 필요하다.
셋째, 여라밸 활동을 해야 한다. 직장인에게는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가 중요하지만 은퇴 후에는 여라밸(여가 앤드 라이프 밸런스)가 중요하다. TV 시청이나 낮잠 등과 같은 정적 활동보다는 여가를 통하여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동적 활동을 병행하도록 하자.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사물놀이, 시 낭송회, 미술, 공예, 문학, 게이트볼, 스포츠 댄스 등 동적 활동을 통하여 자아 실현도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좋다. 지역사회 공동체, 복지 시설, 기업 및 종교 단체를 통한 재능 기부 등 봉사 활동은 은퇴 후 삶에 커다란 활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