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0억원 횡령 사건이 터진 국내 임플란트 1위 업체 오스템임플란트(이하 오스템) 주식을 담보로 이 회사 최규옥 회장이 증권사들에서 총 1100억원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오스템 주식이 지난 3일 거래 정지되면서 담보로서 효력이 사라졌기 때문에 최 회장은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을 갚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최 회장뿐 아니라 오스템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일반 투자자들도 만기 연장이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미래에셋 등 증권사들은 지난 4일 투자자들에게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 담보 가치가 0원으로 변경됐다’고 통보했다.
오스템에 투자한 펀드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수익률 하락이 우려되면서 펀드 가입자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전체 자산의 8% 가깝게 투자한 펀드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은행은 5일 관련 펀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주식 거래 정지는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 여부가 결정되는 24일까지 지속된다. 만일 실질 심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이 내려지고, 상장폐지 심사에 착수하면 주식 거래 정지가 최종 결정 때까지 연장된다. 거래소는 “매매 중단이 최악의 경우 수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횡령 손실이 확정되면 펀드의 수익률 하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규옥 회장 주식담보대출 상환해야
최 회장은 오스템 주식 175만8708주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대부분 1년 미만 단기 조건이다. 총 15건으로 대출액 규모순으로 한국증권금융(250억원)·현대차증권(200억원)·한국투자증권(120억원)·교보증권·하나금융투자(이상 100억원)·대신증권·유진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SK증권(이상 50억원)·KB증권·NH투자증권(이상 30억원)·삼성증권(20억원) 등이다. 당장 다음 달 교보증권·하나금융투자·SK증권 대출 상환일이 도래한다. 또 3월까지 6건, 37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만일 이번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오스템 주식으로 담보 대출을 받은 일반 투자자들도 만기 연장을 못 하게 될 수도 있다. 만기까지는 이자만 갚다가 만기에 대출 전액을 상환해야 하고, 상환 못 하면 연체 이자를 물어야 한다.
◇106개 펀드가 오스템 투자, 최고 투자 비율은 7.7%
5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오스템임플란트를 담고 있는 국내 펀드는 106개다. 3개월이 지났지만 오스템의 규모(코스닥 시가총액 22위)와 국내 50% 넘는 시장점유율 등을 고려할 때 상당수 펀드가 이 종목을 여전히 편입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106개 펀드의 총설정액은 5조1600억원이었고 오스템에 투자된 총액은 524억원이다. 106개 펀드 중 37개(35%)가 특정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도록 설계된 상장지수펀드(ETF)였다. 지수 내 구성 종목이 변경돼야 오스템을 투자 목록에서 뺄지, 줄일지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장 많이 오스템을 편입한 펀드는 ‘미래에셋TIGER의료기기증권ETF’로 지난 4일 기준 전체 자산의 7.7%를 투자했다. ‘FnGuide 의료기기 지수’에 수익률이 연동돼 있으며 최근 한 달 수익률은 6.2%로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2.4%)를 웃돌았다. 파인아시아운용의 ‘파인아시아턴어라운드’(6.9%), ’미래에셋TIGER코스닥150바이오테크ETF’(3.9%) 등의 투자 비율도 3%를 넘는다.
증권사들은 오스템의 상장폐지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증권은 “자기자본 대비 횡령 규모(92%)가 큰 만큼, 자금 회수 가능성에 따라 실질 심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투자자 보호 등을 감안하면 상장폐지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오스템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대비 15.8% 늘어난 1553억원이다. 하지만 2000억원에 가까운 횡령 사건이란 변수가 발생하면서 자금 회수 가능 여부가 실적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의 경우 상장폐지가 결정돼야 해당 종목이 지수에서 빠질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임의로 들어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거래 정지 전 주가가 펀드 기준 가격에 반영되지만, 앞으로 횡령 손실이 확정되면 그만큼 펀드에도 손실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