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내 증권사 6곳은 올해 미국 증시가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본지가 4일 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삼성·KB·신한금융투자(자산 기준) 등 증권사 6곳에 설문한 결과, 연중 S&P500 지수 전망치 평균은 4510~5193이었다. 작년 말(4766.18)보다 하단은 5.4% 낮고, 상단은 9% 높은 수준이다. KB증권은 4240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봐 가장 낮았고, 한투증권(5330)이 가장 높은 전망치를 내놨다.
올해 미국 증시의 긍정 요인으로는 기업 실적 개선과 바이든 정부의 인프라 투자 정책, 부정 요인으로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과 11월 미 중간선거 리스크(위험)가 많이 거론됐다. 중간선거는 대통령 임기 중 실시되는 상·하원 의원 및 주지사·지방의회 선거 등을 말하며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지닌다. 미국 정치 전문가들은 집권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잃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및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기 대선 도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한다.
◇상저하고 주가 흐름, 기준금리 두 차례 올릴 것
‘상저하고’를 예상한 KB증권은 연준의 긴축과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 불확실성으로, 상반기에 주가가 떨어졌다가 하반기엔 통상 주가가 올랐던 대통령 임기 3년 차인 2023년을 앞두고 반등할 것으로 봤다. 삼성증권은 상반기 중에서도 기업 실적 상승 동력이 둔화되고 금리 인상 위험이 동시에 겹칠 2분기(4~6월)를 가장 위험한 시기로 봤다.
반대로 ‘상고하저(上高下低)’ 전망도 있었다. NH투자증권은 공급망 차질로 지연됐던 경기 회복이 상반기에 이뤄지며 주가가 올랐다가 하반기에 11월 중간선거 불확실성 등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미 증시 악재로는 긴축 정책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코로나 변이가 계속 확산하고 이에 따른 공급망 혼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가속, 긴축 강화, 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달 연준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이 향후 기준금리를 예상해 찍은 점도표상으로는 올해 기준금리가 세 차례 인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표권을 가진 FOMC 위원 12명 중 지역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 몫 4자리가 교체되는데 대부분 ‘매파(금리 인상 등 긴축을 지지하는 쪽)’로 분류했다.
하지만 이번 증권사 설문에서는 “두 번 인상해 현 0.25%에서 0.75%가 될 것”으로 답한 경우가 3사(미래에셋·KB·신금투)로 가장 많았다. 하반기 경기 둔화를 감안해 3분기 말 한 차례 인상을 예상한 경우(NH투자)도 있었다. 삼성증권은 점도표대로 세 차례 인상해 1%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리오프닝주가 집콕주보다 유망
증권사들은 호재 요소로 코로나 확산 둔화 및 경기 정상화를 꼽았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 한 곳만 빼고 나머지 5사가 ‘집콕(stay-at-home)주’보다 ‘리오프닝(경기 재개)주’가 올해 더 유망할 것으로 봤다. 재택근무로 수혜를 볼 집콕주보다 코로나가 극복되면서 실적이 개선될 리오프닝주에 더 큰 무게를 둔 것이다.
그 외 추천할 만한 투자 업종으로는 IT 성장주 중에서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를 추천한 회사가 3곳으로 가장 많았다. 금리 인상기에 이익이 증가할 금융주 투자도 많이 추천됐다. 서학 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대상인 전기차업체 테슬라 전망도 긍정적이었다. 미래에셋은 투자 의견 매수에 목표 주가 1466달러를 제시하며 “자율 주행 등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경제는 증권사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미래에셋만 올해 중국 경기가 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낙관했다. 미국 바이든의 1조7500억달러 규모 인프라 법안(더 나은 재건⋅BBB) 부결 위기는 규모가 축소되는 방향으로 1분기 중 최종 타결될 것으로 전망됐다. 만약 불발되더라도 경기 회복세 속도만 느려지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터키의 경제 위기는 외국 은행들의 대출 규모가 크지 않아 터키만의 문제로 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혼란은 지난달 정점을 통과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