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23일 연 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 신용카드 수수료를 기존 0.8%에서 0.5%로 낮추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이 나온 후 신한카드는 '혜자 카드'였던 '더모아카드' 단종 결정을 발표했다. 사진은 23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카드 결제하는 모습. /연합뉴스

작년 11월 출시되자마자 “혜택이 좋다”는 소문을 타면서 대표적인 ‘혜자 카드’로 등극한 신한카드의 ‘더모아(The More)’ 카드가 1년 만에 단종된다. 더모아카드는 올해까지만 신규 가입이 가능하고, 기존 가입자가 재발급을 받아도 유효 기간이 끝나면 더 이상 연장할 수 없다. 혜자 카드는 배우 김혜자를 모델로 내세운 한 편의점 도시락이 가격에 비해 푸짐했던 것에서 유래한 말로 혜택이 많은 신용카드를 뜻한다.

신한카드는 27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12월 31일부터 더모아카드 신규 발급 및 재발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에서는 ‘D4@카드의 정석(우리카드)’, ‘삼성카드&마일리지플래티넘(삼성카드)’, ‘탄탄대로올쇼핑티타늄카드(KB국민카드)’, ‘제로에디션2(현대카드)’ 등 혜자 카드로 꼽히는 신용카드들도 단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D4@카드의 정석’은 전월 실적 30만원을 채우면 커피 전문점에서 월 1만1000원 이내에서 55%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등 커피, 편의점, 대중교통, 영화관 업종에서 높은 할인율이 적용된다. 온라인 간편 결제에서 1.5%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현대카드의 ‘제로에디션2′는 혜택을 받기 위한 전월 실적 조건이 없다.

◇혜자 카드들 속속 자취 감추나

더모아카드는 결제 금액에서 1000원 미만인 잔돈을 포인트로 월 한도와 횟수 제한 없이 적립해주는 신용카드다. 예컨대 5990원을 쓰면 990원이 적립되기 때문에 쓴 금액의 15% 이상을 돌려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전월 카드 이용 실적이 30만원 이상, 연회비는 1만5000원에 불과해 출시된 지 1년 만에 신한카드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고객 혜택을 제공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 신한카드에는 밑지는 장사가 됐다. 한 전직 카드 회사 임원은 “카드업계에선 혜자 카드를 ‘코피 카드’라고 부른다. 회사로 봐서는 코피가 터지는 카드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신규 가입 및 유효 기간 연장이 중단되는 신한카드의 대표 '혜자카드' 더모아카드. /신한카드 홈페이지

정부가 최근 중소·영세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0.1~0.3%포인트 낮추기로 결정하면서 카드사 수익률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다른 카드사들도 혜택이 많은 카드를 단종하는 ‘카드 구조조정’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12월 15일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에서 단종된 카드는 총 192종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단종 카드 202종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단종이 되지 않더라도 부가 서비스가 많이 탑재된 신용카드는 연회비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업계에 부는 구조조정 칼바람

카드 업계의 내년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내년 1월부터 카드 수수료율이 낮아지면 이미 적자 상태인 신용판매(신용카드 사용) 부문의 손실 폭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신용판매 적자를 카드론 등 대출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메웠지만, 2금융권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카드론 수익 역시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부문 영업이익은 2013~2015년 5000억원이었는데 2019~2020년에는 1317억원 손실을 봤다. 8개 카드사의 지난해 전체 이익은 2조132억원으로 2년 전(1조6553억원)보다 21.6% 증가했지만, 카드론 수익이 3조7659억원(2018년)에서 4조1025억원(2020년)으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카드사들은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카드, 우리카드, KB국민카드 등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했거나 진행 중이다. 롯데카드는 28일까지 근속 10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근속 기간에 따라 최대 48개월 치 기본급과 최대 2000만원의 학자금을 지급한다. 롯데카드는 작년 6월에도 200여 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기 때문에 “매년 희망퇴직을 한다”는 말이 나온다. 우리카드도 1966~1967년생 부장급 이하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마쳤고, KB국민카드는 지난달 희망퇴직으로 10여 명을 내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