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6개월 만에 신용대출 이자를 2.5%에서 3.5%로 올렸어요. 물가가 올라 생활비 지출도 늘어나는데 은행 이자까지 올라 겁이 나네요.”
6000만원가량을 은행 신용대출로 빌린 회사원 강모(40)씨는 은행에서 문자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깜짝 놀란다고 했다. 대출 금리가 너무 빠르게 오르기 때문이다. 강씨는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서 매달 갚아야 할 이자가 5만원 늘었다”고 했다.
이처럼 대출받은 사람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한은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에서 1.0%로 0.5%포인트 올렸는데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오른 금리의 대부분은 시중은행이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가산금리와 관련 있다.
2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대출 금리에 붙는 가산금리는 3.1%로, 두 달 만에 다시 3%를 넘으며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월 들어 금리가 안정되고 있다”는 금융 당국의 발표가 무색하게 가산금리가 또다시 치솟으면서 신용대출 평균 금리 역시 4% 돌파를 목전에 뒀다. 마이너스 통장 금리는 이미 4%를 넘었다.
가산금리 상승 여파로 5대 은행이 11월에 취급한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10월(3.45%)보다 0.47%포인트 오른 3.92%로 집계됐다. 석 달 전인 8월(3.06%)과 비교하면 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내년 초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사람)’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금리 안정된다” 했지만
은행들은 대출을 할 때 기본금리에 일정 비율의 가산금리를 추가해 금리를 결정한다. 가산금리에는 대출에 소요되는 각종 비용과 함께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목표 이익’ 등 주관적으로 정하는 수치도 반영한다. 금융 당국이 지난 9월부터 가계 대출 조이기 강도를 높이면서 은행들은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려 이 수치를 조정해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금리를 올렸다.
실제로 올해 1~8월 2.8% 수준이었던 5대 은행 가산금리는 9월에는 3.006%로 급격히 올랐다. 당시 가산금리와 상승 폭 모두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3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산금리 인상으로 예대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이)이 벌어져 은행들이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서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월 “9월 가산금리 변동 폭이 급등한 것은 특정 은행의 효과이고, 10월에는 변동 폭이 축소됐다”며 “11월 들어 금리가 다소 안정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금융위의 진단과는 반대로 11월 신용대출 가산금리는 또다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을 억제하면 풍선효과로 다른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릴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은행이 가산금리 인상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카드론 금리도 한 달 새 1%p 올라
은행권 신용대출이 힘든 중·저신용자의 급전 조달 목적으로 주로 쓰이는 카드론 금리도 치솟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업 카드사 7곳(롯데카드·삼성카드·신한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현대카드·KB국민카드) 가운데 5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가 10월보다 상승했다.
삼성카드는 10월 평균 13.73%에서 지난달 14.72%로 0.99%포인트, 현대카드는 13.13%에서 14.09%로 0.96%포인트 올랐다. KB국민카드도 한 달 만에 0.43%포인트 오른 14.24%로 나타났다. 롯데카드의 평균금리는 0.13%포인트, 하나카드는 0.04%포인트 올랐다.
7사 가운데 10월에 평균 금리가 14%를 초과한 곳은 롯데와 우리 등 두 곳뿐이었지만 11월에는 삼성, 현대, KB국민까지 다섯 곳으로 늘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고, 카드채 금리도 오를 것으로 보여 카드론 금리의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