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수비, 주루 3박자를 갖춘 '3툴(tool)' 야구 선수인 추신수처럼 한국 증시에서도 이익이 크고, 배당을 많이 주며 주가는 저평가된 3툴 주식이 관심을 모은다. 사진은 메이저리그 텍사스레인저스 선수 시절 타격 후 진루하는 추신수 모습. /연합뉴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추신수는 공격력과 수비력, 도루 능력을 두루 갖춘 선수였다. 야구에선 추신수처럼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선수를 ‘3툴(tool)’ 선수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호타준족(好打駿足)이라는 뜻이다.

증시에서도 추신수처럼 3박자를 겸비한 주식들이 존재한다. 이익을 많이 내고 배당을 많이 주면서도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들이다. 20일 본지가 NH투자증권에 의뢰해 저평가·고배당·고이익 기준에 부합하는 주식을 추려봤더니 65개가 도출됐다. 코스피·코스닥 총 2477종목 중 2.6%에 해당할 정도로 희소하다.

선별 기준은 워런 버핏, 피터 린치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꼽히는 존 네프의 투자 원칙을 적용했다. 존 네프는 현재 주가가 기업 실적 대비 얼마나 저평가됐는지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 개념을 실전에 처음 도입한 ‘가치 투자의 전설’이다. 31년간 윈저 펀드를 운용하며 5500% 넘는 수익률을 거두고 2019년 사망했다. 그는 투자 원칙으로 “저(低)PER에 매년 7% 이상 성장하면서, 배당 수익까지 있는 기업”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3툴 주식’의 기준을 국내 증시 여건에 맞게 수정했다. PER이 코스피 평균(11배)보다 낮고, 2022·2023년 2년 연속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하며, 올해 말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주당배당금 비율)이 1.3%를 초과하는 종목으로 한정했다. 배당수익률 기준을 ‘1.3%’로 잡은 이유는 최근 은행 정기예금 금리 평균(1.3%)을 고려한 결과다.

/일러스트=박상훈

◇‘3툴 주식’ 건설·금융 업종에 많이 포진

증시 팔방미인인 3툴 주식이 가장 많이 속한 업종은 건설·금융으로 각각 9종목이 포함됐다. 자동차(8개)와 IT·통신(6개) 업종이 그 뒤를 이었다.

건설주는 작년 하반기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에 주가가 크게 올랐다가 올해 하반기에 대출 규제와 원자재 값 급등 여파로 주가가 고점 대비 20~40% 하락한 상황이다. 이렇게 주가는 싸졌지만 내년 이익은 개선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여야 대선 후보가 모두 부동산 공급 확대 공약을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스동서(43%)·GS건설(32%)·한라(29%)·현대건설(26%) 등의 내년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업종은 통상 배당을 많이 하고 주가가 실적 대비 저평가된 가치주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조기 인상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이자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주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등의 여파로 주가가 떨어져 저평가된 상태다. 그러나 반도체 문제가 해소 국면에 접어든 데다 내년부터는 중국 이외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증권사들은 전망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현대·기아차에 주로 공급하는 중소 부품사들의 전망이 긍정적이다”라고 봤다.

◇이익에 무게를 두면 자동차·IT·화학

주가는 결국 기업 실적에 좌우된다. 이 때문에 3툴 중에서도 이익에 집중하는 투자 전략을 추천하는 전문가가 많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부장은 “저평가·배당 요인은 주가 하락을 막을 수 있지만, 상승을 주도하는 것은 결국 이익”이라며 “이익 전망이 밝은 자동차·IT 업종 내에서 저평가 종목을 찾을 것”을 추천했다.

3툴 주식 중 내년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1위는 자동차 부품주인 넥센타이어(129.2%)였다. 넥센타이어의 배당수익률과 PER은 각각 1.6%, 9.3배였다. 같은 자동차 부품주인 에스엘(34.1%)의 이익 전망치도 높았다. 휴대폰 등 전자기기 부품주인 대덕전자(73.8%)와 유통주인 이마트(65.1%)·GS리테일(53%)도 이익 개선 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소비의 영향을 받는 유통주의 경우 코로나 위기가 최근 다시 불거졌기 때문에 바이러스 확산 추이를 보면서 투자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카본·효성화학 등 화학주도 수익성이 좋은 3툴 주식에 이름을 올렸다. 올 하반기 들어 화학주 주가를 짓눌렀던 원자재 값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 등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이 경기 부양을 실시해 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익·배당·저평가 등 3박자 갖춘 ‘3툴’ 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