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개미, 서학 개미와 달리 비상장 주식에 남보다 먼저 투자하는 ‘선(先)학개미’들이 움직이고 있다 잠재력 있는 기업의 가치를 남들보다 ‘먼저’ 알아보고 선점하는 비상장 주식 투자자들인데, 2030세대가 주류다.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비상장 주식 투자 플랫폼 K-OTC의 거래액은 2014년 2200억원에서 올해(11월말까지) 1조3187억원으로 6배(500%) 급증했다. 이미 지난해(1조2766억원) 거래 규모를 넘어섰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비상장 주식 투자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경우 지난 2019년 11월 출범 후 회원 수는 2년 만에 80만명을 넘겼다. DB금융투자는 “선학개미 뿐 아니라 금융사 등 기업들도 나서고 있어 내년에는 올해보다 비상장 주식 투자가 더 늘 것”으로 예상했다.
◇선학개미 주류는 MZ세대
선학개미의 주류는 작년부터 적극적인 개인 투자자로 나선 2030 MZ세대(1981년~2010년생)들이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년 간 증권플러스 비상장 이용자 가운데 MZ세대가 43.8%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또 다른 비상장 주식 투자 플랫폼인 ‘서울거래 비상장’의 MZ세대 비중도 한 달 내 로그인 등을 한 ‘월간활성이용자(MAU)’ 기준으로 총 30만명 중 12만명(40%) 정도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규모 IPO(기업공개)들이 불씨를 당겼다. 역대 공모액 상위 10개사 중 5개사(크래프톤·카카오뱅크·SKIET·카카오페이·SK바이오사이언스)가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들이다.
원하는 만큼 주식을 사지 못하고 배정을 받기 때문에 수익의 한계가 있는 공모주의 특성상 투자자들이 상장을 앞둔 비상장 주식에 눈을 돌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마켓컬리의 운용사 컬리, 차량 공유 업체 쏘카, 신세계그룹 통합온라인몰 SSG닷컴, 야놀자 등이 장외 시장에서 거래 중이다.
◇제도권·사설 플랫폼 급성장 중
거래 가능 증권사 계좌만 개설하면 비상장 플랫폼에서도 일반 주식과 마찬가지로 비상장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현재 K-OTC만 법적 설립 근거가 명시된 제도권 플랫폼이다. 이에 따라 34개 증권사에서 거래 계좌를 틀 수 있다. 2014년 8월 출범 후 7년 여 만인 지난달 말 누적 거래 대금이 5조126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K-OTC는 매출 실적 등 요건이 있고 공시 의무 등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현재 거래 가능 종목 수는 146개다.
반면,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거래 기술기업 피에스엑스(PSX)가 운영하는 ‘서울거래 비상장’, 코스콤의 비마이유니콘, 38커뮤니케이션, 피스탁 등 다섯 군데가 비제도권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울거래 비상장, 비마이유니콘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금융투자업 인가를 안 받아도 비상장 주식 거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한 상태다. 거래 가능 종목 수의 경우 대표적으로 증권플러스 비상장이 6000개 이상으로 월등히 많고, 작년 12월 출범한 서울거래 비상장은 373개 수준이다.
이 외 지난 달 인터넷 은행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미국 비상장 주식 투자 플랫폼 지분을 1%(약 60억원) 인수하며 사업 제휴를 모색 중이다. KB·NH투자 증권도 새 플랫폼 출시를 준비 중이다.
◇비상장주 투자 전 꼼꼼한 조사 필수
상장사와 달리 비상장사 정보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공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본시장법은 비상장 법인이더라도 주식 거래 실적이 있거나 주주 수 500인 이상인 경우에는 사업보고서 제출 등 기본 공시 의무를 부과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이에 투자 전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증권사·기업신용평가사의 보고서, 언론 기사 등을 살펴보라는 것이다. 김세영 서울거래 비상장 대표는 “공신력 있는 벤처캐피탈의 투자 여부를 확인하고, 기업의 호재성 발표를 주변 전문가에게 검증 받고, 유사한 상장사와 기업가치를 비교하며, 여윳돈으로 분산 투자하되, 첫 투자는 소액으로 할 것 등 ‘비상장 투자 5대 원칙’을 지키라”고 권유했다.
또 비상장 시장은 거래량이 적어 매매 가격이 널뛰기하는 경우가 잦고, 원하는 시점에 매도·매수가 어려운 것 역시 유의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