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주유비로 매달 23만원가량을 쓰고 있네요. 비슷한 또래들은 평균 20만원을 쓰는데 ‘주유비 줄이기 챌린지’에 참여해 보겠습니까.”
나는 전부터 거래하던 KB국민은행의 앱을 보다가 새로 시작했다는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최근 가입했다. 평소에 자동차 기름값을 좀 많이 쓴다 싶긴 했는데, 앱을 통해 위와 같은 메시지를 받고 보니 좀 충격이었다. 하루에 절반 정도는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그 돈을 좀 아껴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은행은 위의 정보를 내가 쓰는 신용카드 데이터로부터 얻었다고 했다.
금융 소비자가 원할 경우 여러 곳에 흩어진 개인 금융 정보를 수집·분석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사업이 이달 초 막이 올랐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로부터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은 53사 중 17사가 지난 1일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20사는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내놓고, 나머지 16사는 시스템·앱 개발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참여할 예정이다.
사실 아직 시작 단계이다 보니 소비자들의 삶을 크게 바꿔줄, 깜짝 놀랄 만한 서비스가 나오진 않았다. 다만 은행과 보험사, 카드사 등 기존 금융사들뿐만 아니라 핀테크 회사들까지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시작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맛보기’ 서비스를 내놓은 참이라 다양한 금융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불필요한 지출 줄여주고 맞춤형 금융 상품 제공
KB국민은행은 자산·지출 내역 등을 분석해 금융 목표를 설정하도록 유도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이른바 ‘목표챌린지’ 서비스다. 신용카드 등의 소비 내역을 자신과 같은 연령대나 비슷한 자산을 가진 사람들과 비교해 얼마나 아껴야 할지 제시해준다. 예컨대 한 달에 커피 값으로 9만원 가까이를 쓰고 있다면, 비교군의 평균치(약 5만원)보다 낮게 목표치를 제안하고 목표를 달성한 만큼 통장에 저축을 해준다. 아직은 우대금리 등 특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흩어진 소비 정보를 모아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는 취지다.
신한은행의 마이데이터 브랜드는 ‘머니버스’다. 최대 50개 회사의 금융 정보를 수집해 한 번에 관리해주면서 관심 있는 투자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해준다는 것이 특징이다. 공모주 일정이나 아파트 청약 일정, 관심 있는 주식 종목과 지수 같은 전통적인 자산과 아울러 스니커즈·명품백·미술품과 음악 저작권같이 20·30대 젊은 투자자가 관심을 갖는 다양한 투자처에 대한 정보도 앱을 통해 전달해준다.
하나은행은 마이데이터 기반 개인 자산 관리 서비스 ‘하나 합’을 출시했다. 기존 소수의 고액 자산가에게만 제공되던 자산 관리 및 외환 투자 전문 컨설팅을 모든 가입자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대출 관련 서비스가 눈에 띈다. 특히 ‘DTI(총부채상환비율)·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뮬레이션’은 현재 정부의 최신 규제 내용을 반영해 자신의 대출 한도와 금리 등을 계산해서 알려주는 서비스다. 대출 규제가 나날이 복잡하고 까다로워지고 있어 관심이 커지리라고 우리은행은 기대 중이다. NH농협은행은 특수은행이라는 성격을 살려 ‘맞춤정부혜택’을 내놨다. 자신의 가족 구성원 특성에 맞는 정부 및 지자체 혜택을 추천하고 안내해주는 서비스다.
2019년 국내 최초로 대출 비교 서비스를 시작한 핀테크 회사 핀다는 소비자들이 앱에서 대출 상환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직은 핀다 앱에서 대출 조회부터 신청까지는 한 번에 할 수 있지만, 대출 실행 및 상환하기 위해서는 각 금융사 앱을 써야 하지만 서비스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핀크는 가상 자산에 집중했다. 다른 투자자의 코인 포트폴리오와 자신을 비교해 투자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여러 데이터 결합해… 핀테크도 출사표
마이데이터의 잠재력은 금융 정보뿐만 아니라 건강, 통신, 교통 등 이종(異種) 데이터 간 결합이 이뤄질 때 폭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금융 데이터에 집중하는 서비스가 많지만, 정부는 앞으로 통신, 에너지, 의료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은 핀테크 업체 중엔 다른 산업의 데이터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계획 중인 곳이 많다.
2012년 신용카드 추천 서비스를 시작으로 영역을 넓혀 온 뱅크샐러드는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시작했다. 뱅크샐러드는 매일 500명에게 선착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배송된 키트에 침을 넣어 보내면 선천적으로 부족한 영양소는 무엇인지, 비만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콜레스테롤·고혈압 등 유전력은 어떤 것인지를 알려준다. 뱅크샐러드는 향후 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들에게 적합한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인슈어테크(보험과 신기술의 결합) 기업 ‘보맵’은 금융, 의료, 헬스케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 상품을 추천해준다.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알고리즘을 더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뱅크샐러드와 보맵의 계획은 내년 이후 건강 분야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되면 서비스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마이데이터
소비자가 원할 경우 여러 회사에 흩어진 금융 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 자신의 데이터를 원하는 곳에서 관리한다는 뜻으로 ‘마이(my·나의)데이터’란 이름이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