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면서 단기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단기채 펀드가 투자하는 채권은 대부분 만기가 3년 이내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므로 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은 떨어진다. 채권 매매로 손실을 볼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채권펀드에서 돈을 빼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표적인 시장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9일 연 2.103%로 2018년 8월 3일(2.108%) 이후 3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고채 1년물 금리(1.41%)도 2019년 8월 1일(1.42%)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시장금리가 오른 이유는 전 세계적인 긴축 통화정책 영향이 크다. 이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테이퍼링(채권 등 자산 매입 축소)을 시작하고 내년에 한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최근 여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전 경기지사까지 선심성 전 국민 재난지원금 공약을 들고 나와 금리 상승 심리에 기름을 부었다.

금리가 급등하면 대출자들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지고, 기업들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소비와 투자에 악영향을 끼쳐 경기도 둔화된다.

◇기준금리 인상과 선심성 공약에 금리 들썩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 전체에는 한 달간 1839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유형별로는 일반 채권형에 2097억원, 회사 채권형에 342억원, 국공채 펀드에 464억원이 들어왔다. 반면 단기채 펀드에서는 1063억원이 빠져나갔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채권분석팀 부장은 “한은 기준금리가 변하면 단기 금리에 즉각 반영되고 중장기 금리는 서서히 영향을 받는다.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단기채 펀드의 자금 유출이 컸던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주요 국 중앙은행은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등 긴축 일정을 앞당기는 추세다.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을 2023년으로 봤던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내년 두 차례(7·11월) 인상으로 전망을 바꿨다. CNBC는 내년 연준이 세 차례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그만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크다는 뜻이다. 한은은 지난 8월에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이달과 내년 1월에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시장 원리를 무시한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까지 채권 매도 심리를 부추긴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9일과 31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또 주자는 발언을 내놓자 채권 투자자들은 불안해했다. 이 후보의 발언대로 재난지원금을 1인당 50만~100만원씩 지급하려면 25조~50조원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상당액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하면 국채 가격 하락(금리 상승)은 불가피하다. 익명을 요구한 채권 운용 매니저는 “29일 금리가 오른 것이 전적으로 이 후보 발언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국채를 많이 찍게 되면 채권값 하락(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채권 금리 속도 조절, 효과는 의문

채권시장은 “올해 농사는 망쳤다”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채권 중개인은 “연말까지 두 달이나 남았는데 더 투자해봤자 손실만 커질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손실을 속속 확정 짓고 손을 떼는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회사채 발행 시장도 다음 달 중순 발행이 계획된 이랜드월드를 제외하면 사실상 파장 분위기다. 연내에 회사채를 발행하려던 기업들은 내년으로 속속 연기하고 있다. 통상 연말이면 다음 해 사업을 미리 시작하는데 올해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증권사들의 실적 악화뿐 아니라 경기 둔화 우려까지 커지자 정부와 한국은행은 국고채·통화안정증권 등 채권 발행 물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국고채 발행을 1~9월 평균(16조8300억원)의 절반 수준인 8조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한은도 이달 시중 유동성 조절 목적의 통안증권 발행을 전달보다 2조4000억원 줄이고 만기 이전에 되사주는 규모는 1조원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채권) 발행 물량이 줄어도 채권 수요가 강세로 전환되기 어려운 듯 하다”고 평가했다. 금리 인상 압력은 여전히 클 것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