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지난 27일 연 2.044%로 2018년 10월 이후 3년 만에 2% 선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라 오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도 다음 달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개시를 선언할 가능성이 커졌다. 채권 시장에서는 “국채 3년물 금리가 2%를 넘은 것은, 현재 0.75%인 기준금리가 향후 0.25%포인트씩 4~5 차례 더 오를 가능성을 미리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금리 인상 바람을 타고 은행주가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어지간한 호재에도 상승 폭이 크지 않아 ‘무거운 주식’으로 통하는 은행주가 뜨고 있는 중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곧바로 예금과 대출 금리 간의 차익(예대마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외국인 순매수세도 유입되고 있다.

◇은행 필두로 금융주 동반 오름세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국채 금리 등 시장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7일까지 한 달 새 주요 업종 지수 가운데 KRX은행 지수는 4.98% 올랐다. KRX보험(4.65%)·KRX증권(0.92%) 등 다른 금융 업종도 상승했다. 반면 KRX헬스케어(-11.87%)·KRX건설(-5.93%)·KRX반도체(-4.16%)·KRX철강(-4.07%)·KRX에너지화학(-3.85%) 등 바이오, 반도체 주요 업종들은 약세를 보였다.

한국 증시에 영향력이 큰 외국인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도 은행주들이 늘어가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25위 안에 KB금융(3위·2780억원)·신한지주(9위·860억원)·우리금융(18위·490억원)·하나금융(22위·370억원)이 포함됐다.

우리금융은 한 달 새 19.11% 올랐다. DGB금융(14%)·기업은행(11.76%)·KB금융(10.78%)·BNK금융(10.53%)·JB금융(6.15%)·하나금융(3.58%) 등 금융지주의 주가가 상승했다. 반면, 코스피는 3.45% 하락했다.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가 오히려 은행 실적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발표된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3분기 누적 순이익은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미리 대출을 받아 놓으려는 가(假)수요가 몰렸고, 은행들이 대출 가산 금리 등을 높이면서 수익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기로 접어든다” 기대감

증권가에서는 한국은행이 다음 달과 내년 1월에 각각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5일 한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지금 경기 흐름이라면 11월 금리를 올려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4~9월에 6개월 연속 한은 목표치(2%)를 넘어선 것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국채 금리 상승(국채 값 하락)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관·외국인들은 ‘손절매’ 차원에서 국채를 내다 팔아 금리가 다시 오르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3년 국채선물(先物)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지난달 16조원 넘게 순매도한 데 이어 이달에도 8조원 넘게 내다 팔았다. 금리 인상으로 은행들의 수익성은 개선될 것이라는 뜻이다.

◇성장률 주춤하면 금리 인상 지연될 수 있어

그러나 금리 인상 호재가 이미 주가에 다 반영됐고, 향후 거시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진 점 등은 문제로 거론된다. 금융업은 국가의 거시경제 상황과 같은 흐름으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 미래가 반드시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이 0.3%(전기 대비)에 그치면서 올해 4% 성장률 달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 문제다.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둔화되면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지고, 대출 연체율 증가가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둔화되면 자산 건전성 악화 우려가 반영되면서 (은행주 등의) 주가 상승이 둔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1800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인 가계 부채도 문제다. 금리 인상은 이자 부담 증가를 뜻하기 때문이다. 은행 빚을 내서 부동산·주식 등에 투자한 ‘영끌족’ ‘빚투족’에겐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격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가계가 부담해야 할 대출 이자가 59조4000억원이고 내년에는 6조6000억원(11%) 늘어난 66조원으로 추산했다. 이런 상황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고, 대출 자산의 건전성을 악화 시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