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멈추고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전통 안전 자산인 금이 관심을 모은다. 코로나 이후 경기 재개 과정에서 원자재 중심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위험을 회피(헤지)하는 수단으로서도 금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미국 국채 금리 급등으로 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한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이후 지난 22일까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값은 3.4% 올랐다. 동 기간 코스피는 3% 떨어졌다. 트로이온스(31.1g)당 1795.7달러로 지난달 14일(1804.7달러) 이후 한 달 반 만에 1800달러 근처까지 올랐다. 지난 8월 10일 g당 6만4034.53원이던 국내 금값도 22일 6만7668.72원으로 두 달여 만에 5.7% 올랐다.

미국 투자 매체 배런스는 “미 중앙은행(Fed·연준)의 테이퍼링(채권 등 자산 매입 축소) 압박이 고조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화하면 안전 자산에 수요가 몰려 금값이 상승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금펀드 수익률

◇금 펀드 수익률 개선·자금 유입

금에 투자하는 금융 상품들도 조명받는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 관련 기업 주식에 투자하거나, 금 선물(先物) 가격에 연동된 국내 금 펀드의 1개월 수익률(20일 기준)은 1.73%로 해외 주식형 펀드(1.05%)·국내 주식형 펀드(-3.02%)를 앞섰다. 이에 따라 금 펀드 설정액도 최근 3개월 기준으로는 144억원 감소에서 1개월 기준으로 봤을 때 34억원 증가로 전환됐다.

개별 펀드로는 ‘미래에셋TIGER금속선물특별자산ETF(상장지수펀드)’가 9.46%로 가장 높았다. ‘하이월드골드증권자’(6.03%)·'IBK골드마이닝증권자’(5.02%)·‘신한골드증권’(2.82%)·'이스트스프링골드리치특별자산’(0.8%) 등이 뒤를 이었다.

은행도 금 관련 신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KB골드투자통장’을 판매 중이다. 금 실물을 인수하지 않아도 되며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다. 가입 기간에 제한이 없고 0.01g 단위로 매매할 수 있다. 매매 차익에 배당소득세(15.4%) 부과와 원금 손실 가능성은 유의점이다. 신한은행의 ‘신한 골드리슈골드테크’는 기한·금액 상관없이 g 단위로 매매 가능한 자유 입출금 통장이다. ‘달러&골드테크 통장’은 달러화 보유 고객이 환전 없이 금을 구매할 수 있다. 우리은행 ‘우리내리사랑 GOLD 신탁’은 신규 가입 시 계약서에 기재한 대입·유학·결혼 등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금 실물 또는 현금으로 인출 가능하다. 최소 가입 금액은 1000만원부터다. ‘특정금전신탁 KRX골드’는 한국거래소(KRX)에 상장돼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거래되는 금 현물에 투자한다. 최소 가입 금액은 500만원이며, 가입 이후 10만원 이상 추가 입금이 가능하다.

해외 금 관련 주식 직접 투자도 가능하다. 배런스는 세계 최대 금광 업체 뉴몬트(NEM)를 추천했다. 1921년 설립된 뉴몬트는 금 주력 생산 업체 중 유일하게 S&P500에 편입돼 있다. 시가총액은 455억7400만달러(약 54조826억원)로, 생산량 기준 세계 1위다. 연간 기본 배당금 1달러에 금 시세에 따라 배당금이 조정된다. 당기순익 대비 배당금인 배당성향은 63%, 주가 대비 배당금인 배당수익률은 3.9%에 달한다. 호주 투자은행 맥쿼리는 호주 금광 업체 ‘뉴크레스트마이닝(NCM)’ ‘에볼루션마이닝(EVN)’ ‘노던스타(NST)’를 추천했다.

◇비트코인에 도전받는 금

하지만 금의 지위는 최근 가상 화폐의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프로셰어스의 비트코인 선물 ETF인 ‘프로셰어스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BITO)’가 지난 19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비트코인 관련 ETF의 첫 뉴욕 증시 상장으로 가상 화폐가 월스트리트 주류에 진입했다는 상직적인 의미로 해석됐다. 이에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JP모건은 “비트코인이 금보다 나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라는 인식으로 9월 이후 금 ETF에서 비트코인 펀드로 자금이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억만장자 투자가 폴 튜더 존스는 20일 CNBC 인터뷰에서 “세상이 디지털화하는 현재, 가상 화폐는 금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말했고 스티븐 므누신 전 미 재무장관도 “가치의 저장소로서 비트코인은 금의 완벽한 대체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많은 전문가는 비트코인 가격이 연내 1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시가총액 기준으로 여전히 금(11조4000억달러)은 비트코인(1조1600억달러)보다 10배나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