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로 주식 시장이 전체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에너지 관련 주식 등에 투자하는 ETN(상장지수채권)과 은행주는 강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에너지 관련 ETN은 최근 6개월간 작게는 수십%부터 많게는 4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7%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금리가 오를 경우 수익성이 좋아지는 은행주도 같은 기간 10~30%가량 올랐다. ‘은·지·원(은행·에너지·원자재)’ 관련 투자가 폭락장에서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픽=이주희

에너지 관련 상품의 강세는 기초 자산이 되는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천연가스 선물(先物) 가격은 최근 6개월간 422%나 올랐고, 원유(WTI) 가격은 지난 5일 배럴당 78.93달러로 7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코로나 충격에서 세계 경제가 회복하면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은 지정학적 위험 같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원자재 인플레이션에 웃은 에너지 관련 상품

국내 증시에서 천연가스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ETN을 이용하는 것이다. ETF(상장지수펀드)가 주식처럼 쉽게 거래되도록 만든 펀드라면, ETN은 주식처럼 거래 가능한 채권이다.

‘삼성레버리지천연가스선물상장지수증권(ETN)B’는 최근 6개월간 457%(6일 기준) 급등했다. ‘신한레버리지천연가스선물ETN’과 ‘TRUE레버리지천연가스선물 ETN(H)’도 같은 기간 400% 이상 상승했다. 시티그룹은 “천연가스는 겨울철 물량 부족 우려가 더 심해지고 있고 갑작스러운 수요 급증이나 공급 차질로 가격이 더 상승할 여력이 크다”고 전망했다.

유가와 관련해서는 ‘삼성레버리지WTI원유선물ETN’이 최근 6개월간 88% 올랐다. ‘미래에셋레버리지원유선물혼합ETN(H)’도 77% 상승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유가 전망치를 종전 77달러에서 87달러로 높여 잡았다.

개별 기업 중에서도 에너지 관련 업체들이 좋은 수익률을 올렸다. 에너지·자원 개발 기업인 GS글로벌은 6개월간 13% 상승했다. 석탄·석유 등 원자재 개발 사업을 하고 있는 LX인터내셔널(옛 LG상사)은 15% 올랐다.

하지만 폭등한 만큼 하락 위험도 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힘쓰겠다”고 발언하자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했고 관련 ETN 가격도 이날 하루에만 20% 넘게 떨어졌다. 편득현 NH금융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천연가스 등 에너지는 국제 정세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 수혜 볼 은행주

은행주는 기준금리 인상 추세 속에 예금·대출 금리 차 마진이 늘어날 걸로 예상된다. 지난 8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올린 뒤 연내 추가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은행주는 연말 배당 기회도 기대할 수 있어서 최근 급락장에서 선방 중이다.

시중은행보다 덩치가 작은 ‘지방은행 3총사’ DGB·BNK·JB 금융지주는 최근 6개월 주가 상승률이 20~30% 이상이었다. 이 3사의 지난 3분기 순이익 증권사 전망치는 4676억원으로 3개월 전과 비교해 14.5% 증가했다. 시중은행과 달리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연말 배당수익률이 높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지방은행만큼은 아니지만 10% 안팎으로 올랐다. 이 지주들의 3분기 실적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예상된다. 금융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 전망치는 작년 동기(3조5499억원) 대비 8.8% 증가한 3조865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KB(1조2038억원)·신한(1조1363억원)·하나(8525억원)·우리(6725억원) 등은 1조원 안팎의 순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은행주들의 주가는 저평가돼 있다. 주가 대비 순자산 비율(PBR) 0.4배, 주가 대비 수익 비율(PER) 4.5배 수준으로 2017~2018년 금리 인상기 때 PBR 0.68배, PER 7.7배와 비교하면 주가가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4대 금융지주, 3대 지방금융지주, 기업은행의 연말 배당수익률은 4.9%로 시중 예·적금 금리보다 두 배 이상 높을 것으로 추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