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 대표 테크주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대형 테크 기업의 주가는 연중 최고점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였는데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맥을 못 추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4일(현지 시각) 326.23달러로 연중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달 7일 382.18달러에 비해 14.6% 하락했다. 아마존과 애플도 연중 최고점 대비 14.5%, 11.2% 떨어진 상태다. 블룸버그는 “(4일까지) 아마존 주가가 6일 연속 하락했는데 2019년 8월까지 이어진 8일 연속 하락 이후 최장”이라며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사람들이 테크주에서 돈을 빼서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다른 업종들에 투자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미국 테크주 투자를 늘렸던 서학개미(해외 주식 투자자)들의 고민을 커지게 만들었다.

미국 5대 테크 대기업 주가 추이

◇서학개미 테크주 투자 손실 우려

서학 개미들이 지난 9월 미국 테크주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순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나스닥 시장 내 주요 기업으로 구성된 나스닥 100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를 지난달 2억3300만달러(약 2800억원) 순매수했는데, 기술주 주가가 대체로 하락하며 이 ETF 가격도 지난달 16.7% 하락했다. 순매수 2위인 구글(-7.6%)과 3위 마이크로소프트(-6.6%) 등의 주가도 모두 하락했다.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전기차 회사인 루시드 그룹(27.2% 상승)을 제외한 9개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4일 페이스북은 4.89% 하락해 326.23달러로 마감했다. 내부 고발자의 고발, 서비스 접속 장애 등 페이스북만의 악재도 있었지만, 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대형 테크 기업 주가를 전반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날 애플(-2.46%), 마이크로소프트(-2.07%), 아마존(-2.85%),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2.11%) 등 미국을 대표하는 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금리 상승은 테크주 약점

테크주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달 22일까지만 해도 1.3%대였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상승하면서 지난달 29일 연 1.55%까지 올랐고 잠시 주춤했지만, 4일 1.49%까지 상승했다. 인플레이션 심화에 대한 우려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내 경기 부양을 위한 자산 매입을 축소(테이퍼링)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테크 기업의 ‘매력’을 감소시킨다. 투자자들은 대형 테크주에 투자할 때 현재 기업가치보다 ‘미래 성장성’에 더 무게를 둔다. 그런데 미국 국채 금리 등 시장 금리가 높아질수록, 미래에 발생할 이익의 가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했을 때 그 크기가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저금리 상황은 테크 기업들이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이지만,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 자금 조달 비용도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블룸버그는 최근 나스닥 지수와 미국 국채 금리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테크 크립토나이트’라는 표현을 썼을 정도다. 영화 슈퍼맨에서 주인공 슈퍼맨의 힘을 약화시키는 물질인 크립토나이트처럼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기술주 위주로 구성된 나스닥 지수는 약세를 보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