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하락하는 가운데 오히려 수혜를 볼 업종에도 관심이 모인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최근 “Fed(연준·연방준비제도) 정책이 (긴축 쪽으로)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보다는 성장에 대한 낙관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리가 오르면 수익이 개선되는 금융 업종이나 경기 회복기에 생산 증가로 이득을 볼 에너지 업종 등이 유망할 걸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그러나 IT·바이오 등 성장주는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으므로 관련 종목들에 대한 투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리상승 좋은 신호도 있다

금리 상승은 미래 경기가 회복된다는 차원으로 읽힐 수 있다. 기업들이 투자를 위해 너도나도 자금을 빌리다 보면 돈값이 올라간다(금리 상승). 소비가 회복돼 물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걸로 예상돼 시장 금리가 미리 올라가기도 한다.

지난 3월 미 국채 금리가 뛰었을 때에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매우 낮은 수준에서 금리가 상승한 것은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연준이 현재 예상하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5.9%, 내년 3.8%로 모두 잠재성장률(1.9%추정)을 크게 뛰어넘는다.

연준의 소통 방식도 갑작스러운 테이퍼링(채권 등 자산 매입 축소) 발표로 2013년의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이 재발하는 것을 막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마크 해펠레 UBS글로벌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에 높아지는 국채금리는 증시 상승세를 저해하기보다 각 업종마다 다르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금융·에너지 업종을 추천했다.

신한금융투자가 1990년부터 6차례 미국 금리 상승기를 분석한 결과 이 때 한·미 증시가 모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6번 중 4번은 한국 코스피 상승률이 미국 S&P500을 앞섰다. 특히 미국 제로(0) 금리, 낮은 물가상승 기대감 등 측면에서 현재와 상황이 가장 비슷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2008년 12월~2010년 4월)에 코스피보다 수익률이 좋았던 업종은 화학·은행 등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지난 8월 이후 에너지·화학(3.61%), 금융(2.45%) 등 업종의 상승률이 코스피(-5.72%)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우려의 시선은 여전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 달 28일 ‘냉각기가 온다(Ice is coming)’라는 보고서에서 S&P500 지수가 향후 20% 이상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10% 하락 전망에서 더 비관적으로 바뀐 것이다. 통상 주가가 20% 하락하면 추세적으로 하향세를 보이는 ‘베어 마켓(약세장)’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연 1.5%선을 돌파하며 지난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미 10년물 국채금리에 대해 월가에서는 연말 2%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리 상승은 증권사들이 추정하는 성장주의 현재 기업 가치를 떨어뜨린다. 지난달 28일 미 금리 급등에 성장주 위주의 나스닥이 3% 가까이 급락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금리 상승은 증시에서 채권이나 은행 예금으로 돈을 이동 시킨다. 투자를 해야 하는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도 올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우리나라 같은 신흥 시장의 경우 달러가 비싸지면 해외 투자금이 빠져나가는 충격을 받는다. 글로벌 시장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오르면 국내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빚투(빚 내서 투자)’로 급등한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금리 상승의 원인인 물가 상승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미국에 4조달러(4730조원) 이상 풀린 코로나 지원금에다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관련 원자재 값이 급등하는 그린플레이션까지 겹쳤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장은 “지난 8월말 전년동기대비 10.5% 오른 미국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5.3%)의 두배 수준이다”며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기회라며 최근 1주일 간 미 기술주 상승에 1500억원어치를 베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