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에 투자하려면 반드시 달러나 유로 같은 외화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는 해외 주식 ETF(상장지수펀드)는 원화로 거래할 수 있다.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 열풍을 타고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는 해외 주식 ETF 투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거래소가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해외 주식 ETF 순자산은 11조1000억원으로 작년 말(4조2000억원)보다 7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 ETF의 순자산은 3조3000억원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 들어 지난 29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10개 ETF 중 7개가 해외 주식 ETF였다.

국내·해외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 증가 추이,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ETF

◇서학개미 열풍의 연장선

국내에서 해외 주식 ETF 투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해외 주식 ETF 순자산은 2019년(2조3000억원)의 거의 2배로 늘었다. 그런데 올 들어서는 증가 폭이 더 커진 것이다.

지난해 동학개미에서 서학개미로 확산된 주식투자 열풍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ETF까지 번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해외 주식 거래 대금은 1983억달러(약 235조원)로 2019년(410억달러)의 거의 다섯배 수준까지 불어났다. 올 들어 지난 28일까지 해외 주식 거래 대금은 2863억달러로 이미 지난해 전체 실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ETF 1~3위도 모두 해외 주식 ETF다. 1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차이나전기차 SOLACTIVE(1조2000억원 순매수)로, 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 등에 투자하는 ETF다. 순매수 2위는 미국 테크 TOP10 INDXX ETF로,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구글)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술주 10종목에 투자하는 ETF다. 3위는 TIGER 글로벌 리튬&2차전지 SOLACTIVE다. 이 ETF는 리튬 채굴, 2차전지 생산 기업과 완성차(전기차) 업체 등에 투자한다.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ETF 중 7개가 해외 주식 ETF였는데, 모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였다.

순매수 순위 11위와 12위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 미국 S&P500, KINDEX 미국 나스닥 100 ETF일 정도로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ETF에 대한 관심은 컸다. 반면 지난해 압도적인 개인 순매수 1위였던 KODEX 200 선물 인버스 2X(3조5900억원 순매수)는 올 들어서는 순매수 21위(700억원)로 내려앉았다.

◇세제 차이 등은 고려해야

해외 주식 ETF는 소액의 여유 자금으로 해외 증시 우량주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소액 투자자가 1주 가격이 3301.12달러(약 391만원)인 아마존 주식을 사기는 쉽지 않지만, TIGER 미국 테크 TOP10 INDXX ETF(30일 종가 1만1645원)를 활용하면 소액으로도 아마존과 다른 미국 테크 기업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

달러 강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 주식 ETF에 투자하면 달러 표시 자산을 보유하게 된다는 장점도 있다. 안현수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 ETF 본부장은 “국내에 상장된 해외주식 ETF는 대부분 환헤지(환 위험 회피)를 안 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며 “해외 증시에 상장된 ETF에 직접 투자하는 것과 비교하면 환전이 ETF 내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환전 수수료가 저렴하고, 국내 코스피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거래가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다만 국내 주식 ETF와 달리 해외 주식 ETF에서 발생하는 매매 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는 국내 주식 ETF와 달리 해외 주식 ETF는 매매 차익의 15.4%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