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에 눈먼 투기가 죽어나가야죠.”(증권사 A부장)

코스피가 전 거래일(3097.72)보다 42.42포인트(1.37%) 내린 3055.50에 개장한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뉴시스

코스피와 코스닥이 장중 한때 2% 넘는 하락세를 보인 29일 오전,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떠올리는 증권맨들이 많았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을 놓고 절망적인 현실에 처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을 벌이는 이야기다. 게임에서 지면 목숨을 대가로 치러야 한다. 증권맨들은 외국인과 기관의 쌍매도 공세를 지켜보면서 한국 증시가 ‘오징어 게임’처럼 변하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 B차장은 “전날 미국 증시 급락세가 이날 한국 증시 하락에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한국 증시에서도 사실 이렇다 할 호재를 찾을 수가 없다”면서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된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심이 얼어붙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글로벌 증시를 공포스럽게 만드는 요소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원자재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박, 헝다발 중국 부채 위기, 중국 전력난으로 인한 물류 대란, 기업 실적시즌 경계 심리, 미국 정부의 부채 한도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 미국 민주당 하원의 법인세·소득세 인상 추진 등이다.

도표1./미래에셋증권

특히 여의도에서는 기업 실적을 토대로 산출하는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성장률 추이가 마치 스키장처럼 크게 꺾이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EPS는 주식 한 주당 순이익이 얼마나 났느냐를 따지는 지표인데, 통상 EPS 성장률이 높을수록 주식 투자 가치도 높아지고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 자료(도표1)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전세계 12개월 선행 EPS 성장률은 지난 3월 꼭지를 치고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선진국에 비해 신흥국의 그래프 기울기가 더 가파르다.

2019년 이후 신용잔고 추이. 27일 기준 25조6147억원./금융투자협회

지난 8월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 이후에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빚투(빚내서 투자) 역시 한국 증시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주식을 빚내서 사는 신용잔고 잔액은 25조6147억원이었다. 1년 전 신용잔고 잔액(16조원)과 비교하면, 56% 넘게 증가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20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1.8% 하락한 3041, 코스닥은 1.9% 하락한 993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코스닥이 10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8월 23일 이후 처음이다.

전날 미국 반도체 기업이 마이크론이 향후 실적에 대한 자체 전망(가이던스)을 하향 조정한 여파로 국내 시가총액 빅2 주가도 3% 넘게 하락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36분 현재 삼성전자는 3% 하락해 7만4100원에 거래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3.6% 하락해 9만9800원을 기록 중이다. 하이닉스 주가는 장중 9만9700원까지 빠졌는데, 주가가 10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작년 11월 30일(9만7500원) 이후 처음이다.

올 4분기 순이익 전망치 높아진 곳은 호텔, 레저서비스, 상사, 자본재, 운송 등의 업종이었다./미래에셋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