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는 공격만큼이나 수비가 중요하다. 젊은 투자자들에게는 노후에 쓸 돈을 불릴 공격적 투자가 필요하고, 은퇴를 앞둔 사람들에게는 지금까지 모은 자산을 잘 지켜내는 수비 비중이 커진다. 이런 측면에서 은퇴자나 은퇴를 앞둔 사람들에게 TIF(타깃 인컴 펀드)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형성된 노후 자금을 맡겨두면 주식보다는 채권·부동산(인프라) 등에 투자해 정기 이자·배당 수익을 내면서 원금을 최대한 ‘덜’ 꺼내 쓰게 만드는 방어형 상품이기 때문이다. 매년 원금의 3~4% 정도 지급금을 월간·분기·반기·연간 단위로 받을 수 있다.

26일 펀드 평가사 제로인 등에 따르면 국내 TIF 설정액 합계가 지난 24일 기준 5061억원으로 작년 말(2759억원)의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아직 설정액 규모가 크지 않지만,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지금까지 금융 투자 상품들이 은퇴 자산 ‘형성’에 초점을 뒀다면, 앞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후에 정기적 ‘소득(인컴)’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의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기 지급금 받으며 원금도 최대한 지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TIF 알아서’는 매년 원금의 4% 정도를 지급받아 써도 30년 뒤에 원금의 80%가 남아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60세에 4억원을 투자한다면 매년 1600만원(월 133만원)을 받으면서도 90세가 됐을 때 원금이 처음의 80% 수준인 3억2000만원 정도는 남아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유럽의 다양한 채권에 투자해 안정적 수익을 내는 채권형 상품과 채권 외에 글로벌 주식에도 투자해 배당 수익을 함께 올리는 채권 혼합형 상품이 있다. ‘한국투자 TIF알아서 평생 소득 월 지급식(채권 혼합)’ 상품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3%로 삼성자산운용의 TIF 상품 다음으로 가장 좋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 평생 소득 TIF’는 2017년 3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설정된 TIF로 설정액도 가장 많은 3854억원이다. 미래에셋의 TIF는 국내외 빌딩·인프라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사무 공간으로 활용하는 빌딩이나 고속도로·공항·항구 등에서 수익이 발생한다.

TIF는 위험 자산인 주식 비율이 낮은 경우가 많아 보수적 투자자에게도 비교적 적합한 상품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는 “TIF도 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할 수는 없고, 그렇기 때문에 ‘몇 년 후에도 원금의 몇 %를 유지한다’는 목표를 반드시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노후 자산 불리는 TDF 등도 인기

금융 투자를 통한 노후 자산 형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은퇴 예상 시기를 ‘타깃 데이트(목표 시점)’로 정해 투자 위험도를 조정하는 ‘TDF(타깃 데이트 펀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2011년 처음 출시됐을 때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2016~2017년부터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면서 투자자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24일 기준 국내 TDF 설정액은 6조8513억원으로 지난해 말(4조325억원)보다 2조8000억원가량 늘었다.

TDF는 40대 이전에는 주식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비율을 높이고, 은퇴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 안전 자산 비율을 늘리는 식으로 운용된다. 연금 투자에 적합한 상품이다. TDF 상품 뒤에는 투자자가 은퇴를 계획하는 연도를 뜻하는 숫자가 붙어 있는데, 은퇴를 계획하는 시기에 맞춰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안정적 노후 자금 마련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은퇴 후 국민연금을 수령할 때(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까지 생계 유지를 위한 자금이 필요하며, 국민연금 수령 이후에도 추가 생계 자금은 필요하다. 손수진 미래에셋자산운용 WM연금마케팅부문 상무는 “‘연금 자산 적립기는 TDF로, 연금 자산 인출기는 TIF로’ 구분되면서 두 상품 모두 대표적 연금 투자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을 할 때는 TDF를 통해서 최대한 자산을 불려나가고, 은퇴하는 시점에는 노후 자금을 TIF에 맡겨서 정기적으로 노후 생활을 위한 자금을 받는 식의 투자 패턴이 자리 잡을 것이라는 의미다.

☞TIF(타깃 인컴 펀드)

은퇴자들이 노후 자금을 투자하면 매년 원금의 3~4% 정도 금액을 꾸준히 받으면서도 원금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상품. 수익원은 주식 배당, 채권 이자, 부동산 임대수익 등이고 국내에는 2017년 도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