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로의 머니 무브(money move·자금 이동)가 가속화되며 개인 주식 투자 100조원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올 들어 지난 3일(해외 주식은 2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국내외 주식을 97조6500억원가량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했다. 지난해 시작된 주식 투자 열풍이 올해까지 이어진 결과다.

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보통주 기준 32조5490억원)였다. 삼성전자 우선주까지 포함하면 37조40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 순매수액(15조7000억원)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올 들어 삼성전자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아직 손실을 보고 있다. 하지만 증권 업계에선 4분기나 내년 상반기 정도부터 삼성전자 주가가 다시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해외 주식 중에서는 테슬라를 16억4200만달러가량 순매수했다. 2위 애플 순매수 규모가 5억5800만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해외 증시 투자에서도 테슬라에 자금이 집중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주식 투자에서도 “투자의 기본 원칙인 ‘분산 투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증권업계 “삼성전자 주가 반등 가능”

개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만 68조8590억원을 순매수했다. 올해 코스피 시장 순매수액이 지난해 코스피·코스닥 시장 순매수액 합계(63조8090억원)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10조7910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 투자에 뛰어든 지난 1월 수준은 아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매월 순매수를 이어나가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대부분 “올해 연말까지는 코스피 등 지수가 일정 범위 안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만큼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할 때 종목 선정 등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기대 수익률을 낮게 설정하고 공격적 투자 스탠스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초보 개인 투자자의 경우 시장 흐름에 따라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며 “고점에 사고 저점에 파는 것 같은 판단 실수를 피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 개인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매수한 삼성전자의 전망은 어떨까. 미래에셋증권은 “내년 3월 정도 반도체 공급 조절 결정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안정세에 진입할 것”이라며 “주가는 당분간 횡보하다가 5~6개월 정도의 ‘선행성’을 고려하면 4분기 중에 반등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은 “메모리 업황 개선으로 내년 상반기 중 주가 반등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조정의 폭은 크지 않을 것” “추가적인 하락 리스크(위험)는 제한적”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국거래소 올해는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3000선을 돌파한 해가 됐다. 지난해 동학 개미 운동부터 이어진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풍이 코스피 상승의 원동력이었다. 올해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와 해외에서 순매수한 주식은 100조원어치에 이른다. 사진은 지난 1월 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에서 코스피 3000 돌파 기념으로 색종이를 날리는 모습. 앞줄 왼쪽부터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박현철 부국증권 대표이사.

◇개인 투자자, 친환경 ETF 선호

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한 상장지수펀드(ETF)는 ‘TIGER(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브랜드)’였다.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 10개 중 8개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였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차이나전기차 SOLACTIVE’를 1조1736억원 순매수했다. 중국 전기차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다. 2위는 TIGER 글로벌 리튬&2차전지 SOLACTIVE였다.

올해의 경우는 지수 등락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아닌 유망 업종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 ETF에 많이 투자하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의 경우 코스피 200지수가 하락할 때 일별 지수 하락률의 2배만큼 수익률을 기록하도록 설계된 ‘곱버스(KODEX 200 선물 인버스 2X)’가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였다. 올해는 개인 순매수 1~2위와 8~9위가 모두 전기차·2차전지에 투자하는 ETF였다. 곱버스는 순매수 6위(2608억원 순매수)였다. 다음 달에는 또 다른 미래 유망 산업으로 꼽히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관련 ETF도 출시될 예정이다.

◇해외 순매수 1위 테슬라도 ‘손실’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증시에서도 올 들어 약 8개월 동안 주식을 155억4000만달러(약 18조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해 순매수액(197억3000만달러)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올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대금(매수+매도)은 2655억8000만달러로 이미 지난해 거래대금 1983억2000만달러를 넘어섰는데, 그만큼 지난해보다 사고팔기를 자주 하면서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것이 밈 주식(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인기를 얻어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주식)에 대한 투자다. 한국예탁결제원이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게임 판매 체인인 게임스톱은 올 들어 거래대금이 63억6700만달러로 전체 3위였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이 주식을 결과적으로 1억6800만달러 순매도했다. 또 다른 밈 주식인 미국 영화관 업체 AMC엔터테인먼트의 경우에도 거래 대금이 52억6300만달러로 전체 5위였지만, 순매수는 32위(470만달러)에 그쳤다.

/자료=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올 들어 순매수 1위 해외 주식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였다. 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을 평균 754.38달러에 순매수했는데, 3일 종가 기준으로 보면 평균적으로 2.8% 정도의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2위 애플의 경우 추정 수익률이 24.8% 정도 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투자자 순매수 8위와 9위는 모두 메타버스 관련 주였다. 8위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2억6600만달러 순매수)였고, 9위는 3D 콘텐츠 개발용 소프트웨어 등을 제공하는 기업인 유니티 소프트웨어(2억5800만달러)였다. 국내 투자자들은 두 기업에 대한 투자에서 각각 5.2%, 12.5% 정도의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새롭게 성장하는 업종에 발 빠르게 투자해 수익을 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주식 투자에서도 ‘기본’은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해외 주식도 철저하게 분산 투자하고, 각 업종의 글로벌 1등 종목에 투자하라”고 했다. 아무리 특정 업종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한 업종, 한 기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은 위험하고, 밈 주식 등에 투자해 단기 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우량주 위주로 장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