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내년 말까지 이어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영향이 제한적일 걸로 예상했다. 올 하반기에 2차 전지 등 친환경 관련 업종이나 금융주가 유망할 걸로 봤다.

5일 본지가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NH투자·KB증권 등 5대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센터장들은 내년 말까지 한국은행이 한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봤지만, 증시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빠르게 성장하는 2차전지 업종 등에 투자해 수익률을 기대해보거나, 금리 상승기에 수익을 낼 수 있는 금융주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조언했다. 올해 남은 하반기(9~12월)에는 코스피가 일정 범위 안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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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영향은 제한적”

대부분 리서치센터장들은 한은이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상할 것으로 봤다. 서철수(미래에셋)·오현석(삼성)·오태동(NH투자) 센터장은 올해 11월과 내년 중반 혹은 하반기에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것으로 봤다. 신동준 KB증권 센터장도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이전에 한 차례, 내년 하반기 중 한 차례 기준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연내 추가 인상 없이 내년 초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했다.

NH투자·KB증권은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되더라도 1.25%가 고점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센터장들은 금리 인상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유동성(자금) 공급이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어왔던 만큼 자금줄이 조여지면 일부 부정적인 영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완화적 통화정책이 정상화 국면에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의 ‘상승폭’은 제한될 전망”이라고 했다.

◇올해는 박스권, 내년 전망은 엇갈려

대부분 센터장은 하반기 코스피가 현재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봤다. 오태동 센터장(코스피 3000~3300 수준 예상)은 “선진국 경기 회복 분야가 상품에서 서비스로 넘어가면서 한국 수출 기업의 향후 실적이 불투명해졌고, 수출 기업 실적 호조에 따른 주식시장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했다. 유종우 센터장(3000선을 하단으로 박스권 흐름 예상)은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채권 등 자산 매입 축소) 시작 등 통화정책 변화와 함께 코로나 백신 접종의 속도가 국내 증시를 좌우할 큰 변수”라고 했다. 최근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백신 접종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년 주식 시장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서철수 센터장은 “내년 중반 이후 글로벌 경기 하락세 그림이 형성될 수 있고, 연준의 테이퍼링 등 ‘출구전략’은 계속되는 상황”이라며 “증시는 답보 상태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오현석 센터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내년에도 여전할 경우 미국 연준의 긴축 시점이 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에는 선진·신흥 시장 구분할 것 없이 전반적으로 부진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내년 코스피 전망치를 3800으로 제시한 신동준 센터장은 “4분기 미국·중국의 경기부양책이 본격화하고, 독일 총선 이후 재정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며 “미국 연준도 테이퍼링 시작과 함께 금리 인상에 대해 완화적 입장을 내놓으면 연준의 긴축에 대한 우려는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NH투자증권도 내년 증시에 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오태동 센터장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부양적 재정정책이 예상되고, 한국도 새로운 정부 출범에 따른 중장기 계획 발표로 정책 모멘텀이 강해질 전망”이라며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신흥국으로 확대됨에 따라 신흥국 경기 회복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

◇”친환경주·금융주에 투자하라”

센터장들은 친환경·금융주에 투자할 것을 추천했다. 유종우 센터장은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기업들의 ‘탈 탄소’ 전환노력이 지속될 것”이라며 “친환경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또한 그는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치면 예대마진 등으로 실적이 좋아지는 금융주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증권사들은 바이오, 자동차, 미디어 업종 등도 함께 추천했다. 서철수 센터장은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 등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제약·바이오 업종을 추천했다. 오현석 센터장은 “단기 낙폭이 과대했고,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해소되고 신흥국에서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될 때 주가가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자동차 업종을 추천했다. 신동준 센터장은 “정부 디지털 뉴딜 정책의 수혜를 볼 수 있다”며 미디어·콘텐츠 업종 투자를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