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 스페인 북부도시 팜플로나에서 사람들이 화이자 코로나19백신 접종후 15분을 대기하고 있다.스페인 정부는 70%이상의 사람들이 백신을 맞았다고 발표했다./AP 연합뉴스

코로나와 공존을 뜻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기가 다가오면서 그간 증시에서 약세를 면치 못했던 유통·화장품·여행 등 ‘리오프닝(reopening·경제 활동 재개)’주들이 관심을 모은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거리 두기가 완화되고 경제활동이 차츰 정상을 찾아갈 경우 리오프닝 관련 기업들의 주가 상승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반면, 재택 활동에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해 코로나 수혜를 봤던 ‘집콕(stay-at-home)주’들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한국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30% 정도로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영국·싱가포르·덴마크(60~70%대) 등의 절반에 그친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달 23일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에 대해 정식 승인을 내린 것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식 승인은 그만큼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뜻이기 때문에 접종 기피자가 줄어들면서 백신 접종률이 빠른 속도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선 FDA 정식 승인 후 화이자 백신 일 평균 1차 접종자 수가 17% 늘어나기도 했다. 영국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세계에서 코로나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인구는 지난달 31일 현재 31억명(총 인구 중 40%), 접종을 완료한 숫자는 21억명(27%)을 기록 중이다.

◇위드 코로나에 관심받는 리오프닝주

한국 정부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에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전략 전환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지난달 20일 처음으로 밝혔다. 이는 코로나와 공존이 불가피하다는 인식 아래 확진자 억제보다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하는 방역 체계를 뜻한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는 호재를 선반영하므로 이번 가을에 리오프닝 관련 주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혜 업종으로는 여행업·화장품·유통 등이 꼽힌다. 코스피에 상장된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은 화이자 백신 정식 승인 후부터 1일까지 주가가 4.4% 올라 코스피 상승률(3.8%)을 웃돌았다. 코스닥 화장품 업체 코스맥스 상승률(10.5%)은 코스닥(5.3%)의 두 배에 달했다. 호텔신라(4.8%)·GS리테일(4.7%) 등 호텔 및 유통 종목들도 코스피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여행주는 위드 코로나로 실제로 여행이 가능하게 되면 내년을 넘어 2023년까지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KB증권은 “여행, 호텔, 카지노와 더불어 저비용항공사(LCC)도 코로나 확산세 완화를 전제한다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코로나 수혜 시들해지는 집콕주

그동안 코로나 수혜를 누려온 해외 집콕주들은 약세로 돌아서는 중이다. 작년 주가 상승률이 400%나 됐던 미국 화상회의 업체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 주가는 1일 290.8달러로 마감하며 지난 7월 이후 25% 급락했다. 2011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줌은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급성장한 대표 ‘코로나 수혜주’였다. 기업들이 재택근무로 전환하면서 사용자가 늘었고, 각국 정부까지 이용할 정도로 일반화되면서 시가총액이 IT 대기업인 IBM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활동이 재개되면서 주가는 지난해 10월에 기록한 최고점(559달러) 대비 10개월여 만에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홈트레이닝 업체 펠로톤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19% 하락했다. 지난달 26일 2분기(4~6월) 신규 가입자 수(25만명)가 1분기 대비 40% 줄었다는 실적 발표 후 10% 넘게 주가가 급락했다. 펠로톤의 가입자 수가 감소한 건 여섯 분기 만에 처음이었다. ‘홈트레이닝계 넷플릭스’로 불렸지만 리콜 이슈 등도 발목을 잡고 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핀터레스트도 지난해 250% 넘게 급등했지만 7월 이후 28%나 떨어졌다. 코로나 시기 요리법과 공예 관련 시각 자료가 공유되며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활성 이용자 수가 전년 대비 감소로 돌아섰다. 원격 의료 업체인 텔라독도 지난 2월 290달러를 웃돌던 주가가 최근 146달러 선으로 떨어진 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으로 경제활동이 점차 재개돼 코로나 수혜주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으므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리오프닝(reopening)주

코로나 사태 이후 위축됐던 경제활동이 재개됐을 때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업종의 주식. 여행, 항공, 숙박, 카지노, 유통, 화장품 업종이 이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