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증시에서 자신감을 갖고 살 만한 섹터가 보이지 않습니다. 은행, 건설 정도가 상대적으로 매력적이지만 대형 수출주인 반도체, 자동차, 화학 등은 한두 개씩 약점이 있어요. 예를 들면 반도체는 4분기 이후 D램값 하락 우려, 화학은 하반기 증설 우려가 주가를 누르고 있습니다. 피크아웃(고점 찍고 하락) 논란으로 당분간 횡스피(횡보하는 코스피)가 예상됩니다.”
여의도 매미(펀드매니저 출신 개미)인 장현호씨는 1일 인터뷰에서 “E-나리지표 데이터를 보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6월까지 34.7%였고, 7~8월 순매도 규모를 고려하면 34% 초반까지 하락했다”면서 “D램 업황이 바닥이었던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매도는 반도체 등 대형 수출 업종의 피크아웃 우려 때문인데, 예상보다 업황이 견조하다는 시그널이 나온다면 외국인이 돌아오고 증시 전체가 반등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장씨는 한국투자신탁운용, 빌리언폴드운용 등에서 7년간 펀드매니저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퇴사했다. 펀드매니저 시절엔 최대 3000억원 규모의 기금과 보험사 일임 자금을 운용했다. 지금은 전업 투자자이자, 금융 컨텐츠 크리에이터로 활약 중이다. 대형 증권사 PB 대상 강의에도 출강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블로그에 투자 관련 글을 쓰고 온라인 세미나도 진행하고 있다.
–‘매미’는 어떤 식으로 투자하나.
“나는 스스로를 ‘좋은 투자 아이디어를 합리적인 가격에 사는 트레이더(trader)’라고 정의한다. 장기적으로 동행하고 있는 기업도 포트폴리오에 있다. 하지만 가치 대비 싼 주식을 사서 평생 보유하는 방식의 고전적인 가치 투자자와는 다르다. 미국은 소비 중심 국가인 반면, 한국은 수출 중심 국가이기 때문에 매출과 이익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주가 역시 큰 변동성을 보일 수밖에 없고, 주가 변동성은 심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막연한 장기 투자가 성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퇴사 이후 개인 운용 성과는 어땠나.
“9월 이후 2~3개월 단위로 주도 업종이 있어서 수익을 내기 좋은 환경이었다. 업계에서는 ‘시장이 먹여줬다’라고 표현한다. 펀드매니저일 때보다는 운용 규모가 작으니까 수익 내기도 수월했다. 퇴사 후 세 자리 수익률은 찍을 수 있었다. 올해 수익은 은행, 건설 대형주와 세트랙아이, 아프리카TV, SBS, OLED 업종과 같은 중소형주에서 냈다. 이들 종목은 전부 역사적 최고가에 근접했다.”
–외국인의 셀반도체 이유는?
“D램 수요는 서버, 모바일, PC, 기타로 구성된다. 그런데 올 4분기(10~12월)부터 PC D램값 하락을 예상하는 분석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서버는 고객사 재고 소진, 모바일은 코로나로 위축된 수요 회복이 나타날 경우, 내년 1분기 정도 피크아웃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내년 1분기 업황 둔화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면, 이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상당히 팔아 둔 외국인들은 연말부터 다시 주식을 살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올 4분기(10~12월) 외국인 수급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최근 자금은 어떻게 굴리고 있나.
“7월 중순부터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다. 신용잔고 등 소위 빚투(빚내서 투자) 해소가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작년 코로나 이후 증시 조정 구간에서 신용 잔고가 약 1조5000억원 정도 감소했었다. 9월 추석 전후로 신용 잔고가 24조원 초반까지 하락하면, 그 때 외국인과 연기금 수급을 지켜 보고, 연말에서 내년 초를 보고 주식 비중을 높여도 된다고 본다.”
–현금 비중은 어느 정도로 유지하면 좋은가.
“현재 전체 자금의 25~40% 정도를 현금으로 보유하면서 심리적으로 지지 않는 투자를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만 해도 모든 자금을 주식에 투자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30% 정도까지 현금 비중을 늘렸고, 9월 초에는 더 높일 생각이다.”
장씨는 경험적으로 명절을 앞두고서는 차익 실현 물량이 많은데, 올해는 공교롭게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일정(21~22일)과 겹쳐지면서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그는 “FOMC에서 어떤 내용이 발표될 지도 모르는데, 그런 불확실성을 안고 가지 않겠다는 물량이 많이 나올 것 같다”고 점쳤다.
–블로그 글을 보면 개미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요즘 개인 투자자들은 “왜 이렇게 제 계좌는 부진한가요? 제가 주식을 못하는 건가요 아니면 한국 증시가 이상한 건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던진다. 개인들이 많이 산 종목이 주로 전자닉스(삼성전자+하이닉스)와 같은 초대형주다. 그런데 올해 새로 이런 종목들을 매수했다면 수익률이 신통치 않을 것이다. 초대형주 중에 신규 상장주 말고는 지금 오른 주식이 많지 않아 허망하다고 말하는 투자자도 있었다. 특히 7월 중순엔 지수는 안 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신규 상장 종목 급등 효과를 제외하면 사실상 지수는 하락했다. 대형 IPO(기업공개)가 많다는 기사가 보이면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것도 좋다.
–횡스피 시대의 탈출구는?
“코스닥 혹은 개별 주도 업종에서 더 기회를 찾아야 한다. 계절적으로 연말 연초에는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인다는 점을 기억하자. 코스닥은 크게 바이오, IT, 컨텐츠(미디어, 엔터, 게임) 업종으로 구분할 수 있다. IT의 경우 삼성전자의 240조원 규모 투자로 관련 수혜주에서 큰 폭의 주가 상승이 나올 수 있다. 일본도 잃어버린 20년 동안 지수는 거의 오르지 않았지만, 이는 주로 대형주에 해당되는 얘기였다. 경제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는 중소형주는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오히려 폭발적으로 올랐다.”
–포트폴리오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면?
“연말까지는 다음과 같은 탄탄한 삼각 편대 구성을 제안한다. 우선 연 배당 수익률이 5~8% 예상되는 은행주를 포함한 고배당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그 다음엔 금리 인상과 무관하게 성장이 나올 OLED, 비메모리, 엔터, 컨텐츠 성장주를 적정한 가격에 매수하는 전략을 짠다. 마지막으로 ‘With Corona(경기 재개)’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할 수 있는 ‘택트 주식’ 중 최악의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이익을 기록한 백화점, 면세, 의류 업종에서 투자 기회를 찾아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