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지난 7월 초에 3300선을 상향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조정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활약은 여전히 돋보인다. 올 들어 8월 말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80조원 가까이 순매수해 강력한 매수 주체로 자리매김했다. 2020년 말 기준 개인 투자자 수는 전년 대비 약 50% 급증했다. 저금리 시대에 개인들의 주식 투자 참여 확대는 자산 관리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은퇴 자산 증식을 위한 주식 투자 시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주가, 46년간 800배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0년 말 개인 투자자 수는 914만 명으로 2019년 말의 614만 명 대비 300만 명(49%) 증가했다. 개인 투자자 중 32.8%는 2020년 중에 주식 투자를 시작한 셈으로, 2020년 말 총 인구 5183만 명의 17.7%가 주식 투자자인 것이다. 개인 투자자의 주식 보유 금액은 2019년 말 419조원에서 2020년 말 662조원으로 243조원(58%) 많아졌다.
무엇보다 30대 이하 젊은 층의 개인투자자 수가 전년 대비 103%(161만명) 증가한 316만명으로 집계됐고, 이들의 보유 금액은 98%(33.6조원) 늘어난 68조원을 기록하는 등 다른 연령대 대비 높은 증가세를 보인 점이 특징이다. 경제적 자립을 통해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FIRE :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들 가운데 상당수는 주식 투자 수익률을 끌어올려 은퇴 자산을 빠르게 증식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주로 지칭되는 삼성전자는 올해 종가가 평균 8만원 정도인데, 1975년 6월 상장 이후 장중 주가가 100원까지 떨어졌으니 46년 동안 800배 오른 것이다. 물론 여기서 100원은 50대1 액면 분할을 적용한 값이다.
삼성전자는 46년 만에 주가가 800배로 불어났지만,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보다 이른 33년 만에 800배가 됐고, 아마존과 애플은 약 23년 만에 800배로 늘어났다. 더욱이 중국의 ‘빅테크’ 업체 텐센트는 17년 만에 주가가 800배 뛰었다. 종자돈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8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고액이 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장기적으로 엄청난 상승률을 기록한 주식들은 시장을 지배하고 산업 기술 혁신을 선도하며 세상을 바꾸는 글로벌 초우량주라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개인 투자자들이 수십년 동안 보유하면 수백 배에 달하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우량주를 선점해서 흔들림 없이 장기 보유하기는 매우 어렵다. 일단 우량주를 스스로 선별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조할 수 있다.
◊산업 혁신을 선도하는 우량주에 투자
첫째, 주식 투자를 통한 은퇴 자산 증식을 위해서는 우량주를 선별해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성을 반영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보통주 중 30개 대표 종목을 선정해, 우량주 30개로 구성한 KTOP 30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30개 우량주는 연구기관과 학계 등 전문가 9인으로 구성된 지수관리위원회가 선정하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구성 종목이 변경되기도 한다.
만일 개인 투자자가 우량주 30개 중 한 종목에 투자해 25% 수익률을 내면 매도하고, 그 원리금을 또 다른 우량주에 투자해 25% 수익이 나면 계속 갈아타는 방식을 고려해 보자. 30개 종목에 순차적으로 투자해 25%씩 30번 수익을 낸다면 복리의 원리에 따라 800배로 불릴 수 있다.
둘째, 은퇴 자산 증식을 위해 주식에 투자할 때에는 투자 대상과 투자 시기를 분산해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우량한 주식에 투자해 25% 수익률을 쌓아가면 엄청난 누적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은행 예금 금리의 20배에 달하는 투자 수익률을 매번 올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우량한 주식이라도 현재 주가가 고평가 돼 있으면 주가가 하락할 확률이 높으며, 지금 우량한 주식이라고 해도 언제까지나 우량주로 남아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문제는 지금 주가가 고평가 됐는지 혹은 저평가 됐는지는 지나고 봐야 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투자 대상을 분산할 뿐만 아니라 매매 시기를 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수의 우량주에 골고루 투자하는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방안은 투자 종목과 시기를 분산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연금자산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
셋째, 투자할 기업을 선택했다면 회사의 재무 상태와 영업 성과는 우선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재무제표는 기업의 재무 상태와 영업 성과를 보여주는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개인 투자자들에게 재무제표 분석은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업 정보만으로도 상장 폐지 위험이 있는 종목을 가려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코스피 상장 기업은 연간 매출액이 50억원 미만이면 관리 종목에 들어가고, 2년 연속 50억원 미만이면 상장 폐지 대상이 된다. 코스닥 기업은 상장 폐지 매출액 기준이 30억원 미만이다. 또한 코스닥 기업은 4년 연속 영업 손실을 기록하면 관리 종목에 해당되고, 5년 연속 영업 손실이면 상장 폐지 대상이다. 상장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 성과는 수월하게 확인할 수 있다. 재무제표를 공부한다고 해서 투자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 손실 가능성을 줄이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목표 수익률을 높게 잡고 조기에 충분한 은퇴 자산을 준비한다는 계획은 자칫 공격적인 투자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고 연금자산을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유동자산, 안전자산, 투자자산, 보장자산 간 균형 있는 자산 배분을 통해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위기와 언제라도 주어질 수 있는 기회에 대비해야 한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구성된 3층 연금체계는 노후 준비의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연금 자산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은퇴 시점에 맞춰 펀드 내 국내외 자산 비중을 조정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 Target Date Fund)를 고려할 수 있다. TDF는 은퇴 시점까지 기간이 많이 남아있을 땐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 높이고,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가는 방식으로 운용되는 펀드다. 펀드명 끝에 붙는 연도는 목표 은퇴시점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1980년생이 60세에 은퇴할 예정이라면, 1980+60=2040으로 TDF2040을 선택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