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금감원이 같은 이유로 중징계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의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27일 손 회장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등 취소 청구 소송 1심 재판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금감원이 2020년 3월 원고와 우리은행 정채봉 전 부행장에 대해 내린 중징계 처분을 취소한다”며 “금감원의 제재 사유 5개 가운데 ‘금융상품 선정절차 마련의무 위반’만 인정되고, 다른 4개 사유는 모두 인정되지 않아 금감원의 제재는 그대로 유지될 수가 없어 위법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적법한 것으로 인정되는 한 가지 사유에 상응하는 제재를 다시 해야 한다”고 했다.

DLF는 금리나 환율, 신용등급 등을 기준으로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 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 영국, 독일의 채권 금리와 연동된 DLS와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고, 경영진이 내부 통제를 부실하게 했다”며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 처분을 내렸다. 문책 경고는 중징계에 해당돼 연임과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당시 손 회장은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의 집행 정지 결정을 받아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근거로 삼았지만, 손 회장은 “그 법은 금융 사고에 따른 경영진 제재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고 이날 재판부 판결은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금융권의 논란이 됐던 금감원의 무리한 제재에 대한 반발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DLF 사태만이 아니라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서도 금융사 CEO들에게 비슷한 근거로 징계를 내렸다. 금감원은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