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얼마나 퇴직금이 많길래 퇴직자 보수가 은행장보다 많아요?”

올해 상반기에 5억원 이상 고액 보수를 받은 임직원 명단이 반기보고서를 통해 공개된 지난 17일, 샐러리맨들의 화제는 단연 은행권 연봉 순위였다. 비금융기업에선 대부분 CEO(최고경영자)가 연봉 1위에 올랐다. 그런데 시중은행에선 명예퇴직자들이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경우 H조사역이 올해 상반기 8억3300만원을 받아 이 은행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에서 ‘조사역’은 임금피크제에 돌입한 직원 중 퇴직자들에게 부여되는 직급이다. 이어 2위(7억9500만원)부터 5위(7억8600만원)까지 상위 5걸이 모두 퇴직자였다. 퇴직 직전 이들은 모두 차장~부장급이었다. 이들이 받은 보수의 대부분은 퇴직금이었다. H조사역은 8억3300만원 중 7억8100만원(94%)이 퇴직금이었고, 이 중 명예퇴직금만 4억5400만원에 달했다. 반면 허인 KB국민은행장의 상반기 보수는 공시 기준(5억원 이상)에 미치지 못해 공개되지 않았다.

신한은행도 마찬가지다. 퇴직 직원인 C씨가 8억7600만원을 받아 이 은행 ‘연봉킹’이 됐는데, 2위(8억4800만원)부터 5위(8억1800만원)까지도 모두 퇴직자였다. 이들이 각각 받은 퇴직금은 7억원을 넘는다. 우리은행도 부장급 퇴직자들이 8억원 내외 보수를 받아 연봉 상위 다섯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하나은행에선 5억원 이상 보수를 받은 직원이 한 명도 없었는데, 올해 상반기에 명예퇴직을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도 작년엔 연봉 상위 다섯 자리를 명퇴자들이 독차지했다.

은행권의 고액 퇴직금 관행이 이어지는 것은 강성 노조와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의 합작품이다. 임금피크 대상이 된 직원들을 내보내려면 거액의 퇴직금을 주고 명예퇴직을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과 비대면 채널이 확산되면서 점점 은행원들이 할 일은 줄어들고 있지만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로 고임금을 받는 은행원들이 여전히 많다”며 “당장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명예퇴직이라는 고육지책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