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성장에 투자하고 있었다면,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근 들고 나온 ‘공동 부유(共同富裕)’ 구호를 눈여겨 봐야 할 것 같다. 공동 부유란, 부유층과 기업이 가진 파이를 나눠 빈부 격차를 줄이고 중산층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쉽게 말하면 ‘함께 잘 살자’다. 블룸버그는 common prosperity라고 번역했다.

중국 정부가 공동 부유를 위해 정확히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는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많이 거두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언론들은 보고 있다. 플랫폼 업체 규제, 사교육 통제 강화 역시 공동 부유론에서 출발한 규제인 셈이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부 압박이 커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중국은 세계 주요국 중에 가장 빠른 속도로 갑부들이 늘어나고 있다./블룸버그

시진핑 주석이 공동 부유를 전면에 내세운 건, 중국 내에서 소득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내년 3연임을 앞두고 민심을 얻겠다는 목적도 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 공동 부유를 정책 기조로 내걸면서 글로벌 산업 전망에도 적잖은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첨단 기술과 교육 서비스 산업에 대한 통제 강화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명품업체 투자자들이 뒤늦게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고소득층과 자산가들이 씀씀이를 줄일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루이뷔통모엣헤네시(LVMH)와 케링, 에르메스, 리치몬트 등 유럽 4대 럭셔리 업체의 시가총액이 18~19일 이틀간 600억 유로(약 83조원) 증발했다.

프랑스 파리의 LVMH 매장/연합

당국의 거친 압박을 받고 있는 기업들은 거금을 내놓으며 공동 부유 프로젝트에 적극 동참하고 나섰다. 20일 텐센트는 “국가 전략에 적극 호응하기 위해” 500억 위안(약 9조원)의 자금을 투입해 ‘공동 부유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의료, 농촌 경제, 교육 등의 분야를 장기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한다.

텐센트는 중국의 대표적인 기술 기업으로, 시가총액이 620조원이 넘는 글로벌 시총 상위 기업이다. 카카오 지분 6.3%를 보유한 3대 주주이기도 하다.

텐센트는 “개혁개방의 큰 흐름 속에 성장한 과학기술 기업으로서 어떻게 하면 자체 기술과 디지털화 능력으로 사회 발전을 도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면서 “사회에서 얻은 것을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텐센트는 앞서 지난 4월에도 ‘지속가능한 사회 가치 창조’ 전략을 위해 500억 위안을 투입해 기초과학, 탄소중립 등의 분야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텐센트는 중국 당국의 플랫폼 기업 규제로 주가가 연일 하락하는 중이다. 텐센트는 20일 425홍콩달러에 마감했는데, 지난 2월 최고점(775홍콩달러)과 비교하면 45% 하락했다. 지난 9개월 간 텐센트 창업자인 마화텅의 자산은 16조원이 줄었다. 지난 3일에는 관영 매체가 게임을 ‘정신적 아편’이라고 부르면서 규제 강화를 촉구했는데, 당일 텐센트 주가는 10%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