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올해 시가총액이 큰 대형 공모주가 연이어 상장하면서 국내 증시 지형을 바꾸고 있다.

이달 초 카카오뱅크가 상장과 동시에 금융주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차지하는 등 새로 상장한 새내기주(株)가 업종 대표주가 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업종 1위는 아니더라도 시총 상위권에 직행하는 새내기 대형주도 많아졌다.

새내기 대형주 중에서는 ‘공모주는 상장 직후 팔아야 수익이 난다’는 고정관념을 깬 종목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공모주 청약을 하지 못했더라도 상장 후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선배들 넘어선 무서운 신예들

금융과 게임, 엔터테인먼트 업종에서는 작년과 올해 상장한 기업들이 시총 1위로 올라섰다. 이달 초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지난 13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36조4000억원으로 금융주 시총 2위인 KB금융지주(22조1000억원)를 10조원 이상 차이로 따돌렸다. 금융주 시총 3위인 신한금융지주(20조1000억원)와 4위 하나금융지주(13조4000억원)를 합친 것보다 시가총액 규모가 더 큰 것이다.

게임 업종에서는 지난 10일 상장한 크래프톤이 시총 21조4000억원으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국내 대표 게임사인 엔씨소프트(17조3000억원)나 넷마블(10조9000억원)의 시총을 넘어선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업종에서도 지난해 상장한 하이브(시총 11조7000억원)가 시총 1위 기업이다. JYP·SM·YG 등 국내 대표 연예 기획사의 시총은 모두 1조원대다.

새내기 대형주의 잇따른 등장이 국내 증시의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증시 시총 1~2위인 삼성전자(보통주)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국내 증시 전체 시총의 24% 정도를 차지했는데, 지난 13일에는 이 비율이 19%로 낮아졌다. 카카오뱅크의 시총은 국내 증시 전체 시총의 1.3% 수준이다. 다른 신규 상장 종목들의 국내 증시 전체 대비 시총 비율도 높은 편이다. 지난 3월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와 크래프톤이 각각 0.8%,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0.6% 정도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과거에는 국내 증시 전체 시총 중 반도체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기 때문에 반도체 기업 주가가 흔들리면 증시 전체에 주는 영향이 컸다”며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크지만 이제는 반도체주가 흔들려도 증시를 지탱해줄 종목이 늘었다”고 했다.

◇상장 후 투자해도 수익

개인 투자자들은 공모주 청약을 통해 받은 주식을 상장 직후에 팔아서 ‘단기 차익’을 노리는 것을 ‘투자의 정석’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대형 공모주 중에는 상장 초기에 팔지 않고 보유했다면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종목도 있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7일 31만9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공모가(6만5000원)의 5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17일 공모가(3만9000원)의 2배가 넘는 8만74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일부 대형 공모주는 상장 후 투자했어도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상장 첫날 종가가 25만8000원이었던 하이브는 상장 초기 주가가 14만20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지만, 지난 6월 22일에는 주가가 32만4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상장 초기인 지난 4월 7일 주가가 11만4500원까지 하락하며 상장 첫날 종가(16만9000원)보다 낮아지기도 했지만, 이달 들어 주가가 30만원을 돌파한 것이다. 정명지 팀장은 “대어급 공모주들도 상장 후 조정을 받는 시기가 있는데 이때 저가 매수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며 “공모주 청약을 하지 못했더라도 ‘성장성이 있는 좋은 기업’이라면 상장 이후라도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