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작된 주식 투자 열풍 이후 투자자들에게 유튜브 동영상 강연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심리학 교수, 정신과 전문의가 나와 투자 정보를 알려주는 영상까지 등장했다. 주식 투자의 성패가 투자자의 심리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본인의 성향을 연구⋅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악재성 뉴스나 소문에 휘둘리지 않고, 투자 실패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멘털 코치’ 역할도 한다. 역술인이 출연해 기업 대표의 관상과 기업의 운세를 점쳐주는 유튜브 채널도 있다.
최근 주가가 주춤하고 개인 투자자들의 속앓이가 커지면서 이런 이색 동영상들이 더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들어 외국인 매도 폭탄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역대급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9~13일)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8조5000억원어치를 코스피에서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하는 동안 개인들은 8조9100억원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했다. 지난 1분기(1~3월) 개인들의 누적 순매수는 37조7140억원으로 전분기(2조1370억원)의 18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무속인의 증시 전망까지 귀를 기울이는 것은 올바른 투자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유튜브에 종목 운세 보는 무속인까지
유튜브에선 점술가들이 기업과 종목 운세 등을 봐준다는 채널까지 등장했다. 기업 오너의 관상과 운세 등을 봐주거나 사업 전망에 대해 말해준다. 작년 상반기부터 영상이 본격적으로 업로드됐다. 지난 4월 한 해운사 주식과 관련해 올라온 ‘13년 만의 대상승 예언’ 영상은 구독자 수(1만5000명)의 5배에 가까운 6만2000조회 수를 기록했다. ‘만약 주가가 30만원 가면 복비 확실히 낼게요’ 등 댓글이 달렸다. 이 밖에 ‘늦더라도 꽃이 피긴 핀다’ ‘삼재(三災)일 때는 참고 기다려야’ 등의 영상도 올려져 있다.
심리학 교수가 출연해 ‘투자 심리학’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도 인기다. 한 증권사가 심리학 교수를 연사로 초청해 7월에 올린 ‘주식 매수 후 무심코 했던 이 행동, 알고 보면 투자를 망치는 습관’의 조회 수는 구독자(7만명)의 7배 이상인 50만회를 기록했다. 또 다른 증권사도 ‘남이 모르는 종목에 끌리는 이유’ ‘우리는 왜 급상승 종목을 따라갈까?’ 등의 투자 심리 관련 영상을 지난달 말부터 올려 조회 수 1만회 안팎을 기록 중이다.
온라인 주식 투자 성향을 테스트할 수 있는 앱도 관심을 모은다. ‘1억이 생긴다면 주식에 투자할지, 예·적금에 투자할지’ 등 질문에 답하면 투자 성향을 동물에게 빗대 설명해 주는 앱은 30만회 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 중이다. 한 주식 적성 검사 사이트에선 41만명이 자신의 적성을 테스트했다. ‘보유 종목이 15% 떨어졌을 때’ ‘10% 수익을 내고 팔았는데 얼마 후 20% 더 올랐을 때’ 등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답하면 투자 조언을 해준다.
◇증시 주춤하자 위로받고 싶은 개미들
최근 삼성전자 주가 급락 등으로 손실을 본 개미가 늘자 전문가들의 실패 사례를 보며 위안 삼는 경우도 있다. 정신과 전문의가 출연해 주식 실패담을 공유한 ‘주식투자로 돈 벌기 위해 지금 당장 버려야 할 습관들’ 유튜브 영상은 22만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아파트를 사기 위해 모은 전 재산 수억원을 주식 세 종목에 올인했다가 날리고 병원에서도 해고된 경험 등이 나온다. ‘투자하다가 정신 차려야 할 때마다 볼 것’ 등의 댓글이 달렸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주식 투자 심리 관련 서적이 작년에만 8031권 팔려 전년(1777권) 대비 352%나 급증했다. 올 들어서도 7월까지 9608권 팔리며 이미 작년 수준을 넘어섰다. 출간된 서적 종류도 올 들어 7월까지 8종이 발간돼 지난 5년(2015~2019년)간 출간된 종 수(6종)보다 많았다. 마인드 컨트롤과 관련한 서적들이 인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인들이 이런 정보 등에 의지하다가 손실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는 “최근 주가가 지지부진하면서 속앓이가 심해진 개미들이 심리적 위안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문적인 투자 심리 분석은 주식 투자에 도움이 되겠지만, 요행에 기대거나 군중심리에 휩쓸리는 투자는 결국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