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에서 ‘메타버스’가 ‘흥행 보증 수표’로 통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 수혜주들은 통상 인공지능(AI)·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업체들이다.

하지만 사업 실체가 불투명한데 기대감 때문에 주가가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경고가 나온다. 실체도 없이 입소문에 주가가 급등했다가 해당 기업이 “관련 없다”는 공지를 올리자 주가가 급락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향후 부각될 신사업으로 유망하긴 하지만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는 성장 초기이고, 제대로 된 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신중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메타버스란 1992년 미국 SF(공상과학) 작가 닐 스티븐슨이 쓴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등장한 단어다. ‘초월’이라는 의미의 ‘메타’ ‘세계’라는 의미의 ‘유니버스’가 합쳐졌다. 온라인 가상 세계에서 현실과 같은 활동이 이뤄지는 것을 뜻한다.

메타버스 주가 하락 /자료=한국거래소

◇지나친 기대감에 과열 경고

지난달 27일 AI 영상 인식 업체 알체라는 홈페이지에 “회사에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각종 언론·소셜미디어(SNS)에서 알체라를 메타버스 기업으로 소개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메타버스와 직접 관련된 사업 모델은 없다”고 밝혔다. 해당 공지가 올라오자 알체라 주가는 이날 하한가에 가깝게(-25%) 떨어졌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메타버스 관련주로 입소문을 타며 지난달 26일 사상 최고가(5만3000원)를 찍었지만 바로 다음 날 급전 직하한 것이다. 지난 11일 주가는 최고가 대비 30% 하락한 3만6950원이었다.

휴대폰 카메라 등 광학 장비를 만드는 이즈미디어는 지난 1월 메타버스 사업 진출을 발표하며 8000원대였던 주가가 지난 5월 17일 사상 최고가(4만3050원)까지 올랐다. 미국 SNS 업체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누이 주디 저커버그를 임원으로 선임하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지난 11일 종가는 2만1150원으로 반 토막 났다. 기존 사업이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작년 매출액은 219억원으로 전년(671억원) 대비 67%나 급감했다. 신사업 성과가 가시화될 때까지 정상화가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카메라 렌즈 모듈 제조사 해성옵틱스는 지난달 이지미디어와 콘텐츠 공동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주가는 약세다. 지난달 초 1000원대였던 주가는 지난 3일 20% 넘게 떨어진 773원을 기록했다. 메타버스 구현에 필요한 LED 관련 장비를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코세스는 지난 3일 삼성전자가 메타버스 제휴(얼라이언스)에 합류한다는 소식에 4거래일(5~9일) 간 59% 급등했다. 그러나 실적 개선이 확인되지 않아 추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오며 지난 11일까지 9% 떨어졌다

메타버스 ‘대장주’로 불리는 자이언트스텝과 맥스트도 상장 후 고점까지 각각 공모가 대비 837%, 466%씩 올랐다. 하지만 각각 7월 20일, 8월 5일 고점을 찍고 지난 11일까지 -20%, -13%씩 하락했다. 차익 실현과 과열 부담에 매물이 나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말 돼야 옥석 가려질 듯

메타버스 관련주는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확인되기 전인데 투자 심리가 과열됐다는 평가가 많다. 전문가들은 심리로 움직이는 종목 투자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많은 기업들이 메타버스 기반 수익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연말이나 돼야 이 기업들 중에서 옥석 가리기가 가능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최근 상장한 메타버스 관련주들의 경우, 기관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물량의 의무보호확약(록업) 기간이 끝나면 차익 실현 물량이 대규모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메타버스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기업들의 주가도 부진하다. 글로벌 AR플랫폼 시장의 50%를 점유한 PTC 주가는 지난달 23일 152.7달러에서 지난 11일 134.5달러로 12% 하락했다. 메타버스로 기대를 받으며 올해 초 상장했던 로블록스도 6월 2일 고점(99.9달러) 후 70달러대까지 떨어졌다가 11일 84.7달러로 소폭 올랐다. 페이스북도 7월 말부터 주가가 하락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