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에 사는 김모(57)씨는 생활비 500만원을 빌려보려 여러 은행을 방문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인터넷 뱅크인 카카오뱅크에서도 실패했다. 살면서 연체 한번 한 적이 없었던 터라 신용 점수는 800점 후반대로 최상위권에 속했지만, 최근 5년간 무직이었다는 약점이 발목을 잡았다. 김씨는 “몸이 좋지 않아 일을 못 하는 건데 너무 서럽다”며 “대부업까진 가기 싫어서 저축은행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SBI저축은행, OK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등 5대 저축은행의 5060대 대출 잔액은 4조4796억원으로 2017년 대비 133.2%나 늘었다. 이 중 50대의 저축은행 대출 잔액은 2017년 1조5270억원에서 2020년 3조6174억원으로 136.9% 증가했다. 60대 이상 저축은행 대출자의 대출 잔액도 3943억원에서 8622억원으로 118.7% 늘었다. 같은 기간 2030세대 저축은행 대출 잔액은 7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퇴 등으로 소득 절벽이 예상되는 5060세대는 상환 능력을 높게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분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은행권에서 멀어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2030세대 대출이 투자 목적이라면 5060세대는 생계형 대출이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5060세대는 은퇴한 뒤 무직이거나 자영업자이고, 은행 대출도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1금융권에서 추가적으로 충분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제1금융권에선 고령층일수록 소득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제2금융권으로 밀려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기간 카드론 대출 잔액도 50대와 60대 이상에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50대 카드론 잔액은 9조6776억원으로 2017년보다 3조1022억원(47.2%) 증가했다. 60대 이상 카드론 잔액도 2017년 2조9693억원에서 2020년 5조1287억원으로 72.7% 늘었다. 같은 기간 30대 카드론 대출 잔액은 5.8% 감소했다. 저축은행 이자는 현재 담보대출의 경우 5~10%, 신용대출은 13~15% 수준이다. 카드론 평균 금리도 12%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가 2~3% 수준인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보다 매달 내야 할 이자가 크게 늘어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2030의 영끌과 빚투, 은퇴와 실직 등으로 5060 대출이 늘어났다는 것이 대출 통계로 확인됐다”며 “2030의 은행권 대출은 채무 재조정으로, 50대 이상의 고금리 대출은 전환 대출로 이자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