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신산(護國神山). 대만 사람들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를 부를 때 쓰는 말이다. 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의미로, TSMC가 대만 경제를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대만 증시의 대장주인 TSMC 주가는 올해 8.4% 올랐고, 지난 1년 동안은 52% 뛰었다. 시가 총액은 700조원에 육박해 삼성전자 시총(531조원)을 압도한다.
삼성전자는 대만 TSMC를 바짝 뒤쫓고 있지만, 주가 흐름은 영 신통치 않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 4.8% 하락했다. 20일엔 장중 7만8400원까지 하락해 연중 최저가를 기록했고, 21일 장중에도 7만8500원 수준에서 거래되면서 영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와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으로 벌어진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는 TSMC와 삼성전자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대규모 투자 계획을 연일 발표 중인 TSMC와 달리, 리더십 공백 상태인 삼성전자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2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말만 해도 삼성전자 시총은 TSMC보다 높았다. 하지만 2019년 말 TSMC 시총이 4892억달러로, 삼성전자(4441억달러)를 근소하게 앞서더니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 말에는 5368억달러로, 삼성전자 시총을 1267억달러 앞섰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그 격차가 1471억달러까지 커졌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종목 1위는 삼성전자다. 올해만 26조원 가까이 사들일 정도로 애정이 넘쳐 난다. 올해 코스피 기준 개인 순매수 총 금액이 60조원 정도 되니까, 자금의 절반 정도는 삼성전자에 넣었다고 볼 수 있다.
‘삼전 적금’이라며 꾸준히 삼성전자 주식을 사모았던 개인 투자자들도 좀처럼 오르지 못하는 주가 때문에 답답해 하고 있다. 실적이 나쁘기라도 하면 억울함은 덜할 텐데,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12조원을 넘어서면서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인내심은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1월에 비해 삼성전자 주가와 관련한 인터넷 여론은 7월엔 부정적인 트렌드가 강해지고 있다.
21일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썸트렌드가 지난 7월 11~19일 인스타·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삼성전자 주가 관련 글 2600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대, 호조, 개선 등 긍정적인 반응은 61.2%이고 우려, 부진, 매도 등 부정적인 반응은 36%였다.
반면 지난 1월 1~15일 기준으로 살펴 보면, 삼성전자 주가 관련 언급은 1만1589건이었는데, 긍정적인 반응이 86%으로 높았다. 부정적인 반응 역시 11%에 그쳤다. 1월 11일은 삼성전자 주가가 9만6800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날이다. 삼성전자 소액 주주인 이모씨는 “시장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실적에도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데, 앞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려면 사면 뉴스 밖에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만 TSMC는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평정한 데다 영업 이익률도 40%를 넘어 넘사벽 기업이 됐다”면서 “반도체 업종은 대규모 투자가 중요한데,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총수가 부재 중인 삼성전자가 쉽게 이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