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업 일색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았던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에 게임, 2차 전지 관련 기업들이 진입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코스닥 대장주인 시총 1위 자리는 여전히 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지키고 있지만, 올 들어 상위권에서 자리바꿈이 벌어지고 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코스닥 시총 상위 5개 종목은 바이오 기업 일색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이들 기업의 주가가 주춤한 사이 2차 전지 소재 기업인 에코프로비엠과 게임사인 카카오게임즈가 시총 2위와 3위로 뛰어올랐다.
지난 19일까지 에코프로비엠은 작년 말 대비 주가가 70.3%, 카카오게임즈는 82.8% 상승하며 작년 말 기준 시총 2위였던 셀트리온제약을 시총 4위까지 밀어냈다. 작년 말 기준 시총 9위였던 또 다른 게임사 펄어비스도 작년 말 대비 주가가 56.4% 오르며 코스닥 시총 5위로 올라섰다.
◇2차 전지·게임주 상승세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지난 9일부터 19일까지 7거래일 연속 주가가 상승했다. 지난해 3조5780억원이었던 시총이 지난 19일 기준 6조3500억원까지 불어났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율이 확대된다는 전망이 2차 전지 관련 기업인 에코프로비엠 주가에 날개를 달아줬다.
앞으로 전망도 밝은 편이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15일 에코프로비엠의 목표주가를 기존 25만원에서 39만원으로 56% 올렸다. “내년이나 2023년 실적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김광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은 국내 배터리 3사 중 2사(SK이노베이션, 삼성SDI)에 배터리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업체”라며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 향후 시장 기대치를 대폭 상회하는 성장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게임 기업들도 상승세에 속도가 붙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지난달 29일 신작 게임 ‘오딘:발할라 라이징’이 출시된 이후 게임의 인기와 함께 주가가 급상승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2일 차였던 작년 9월 11일 종가(8만1100원)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난 16일에는 주가가 종가 기준 8만6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펄어비스의 경우 간판 게임 ‘검은사막 모바일’이 지난달 28일 중국 정부의 신규 게임 허가증 발급 심사를 통과한 이후부터 주가 상승세가 이어졌다. 김창권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이 상장하고 나면, 게임과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업종의 주요 기업 시총을 합치면 200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게임과 이를 포괄하는 인터넷 산업이 반도체에 이은 시총 2위로 우리나라 주요 산업의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오주 상승 여력 여전하다
코스닥 바이오 종목을 대표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 시총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시가총액은 17조4050억원으로 지난해 말(24조7450억원) 대비 7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코스닥 전체 시총 중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비율도 작년 말 6.4%에서 지난 19일 4%로 축소됐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전망이 어둡진 않다.
임윤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산업 전망’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해외 기술 이전과 수출 사례 등을 보면 국내 제약·바이오의 기술력과 기초 체력이 강해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코로나와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더라도 국내 제약·바이오의 R&D(연구·개발) 역량과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했다.
증권 업계에선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의 변화를 코스닥 주요 종목의 교체가 아니라 ‘미래 성장 산업의 다양화’라고 해석한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과거 바이오·헬스케어가 미래 성장성을 보유한 대표 산업이라 여겨지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이제는 더 다양한 산업이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로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의 교체로 명확하게 나타난 것이지만, 사실 2차 전지·인터넷(게임 포함) 산업의 덩치가 커지는 현상은 지난해부터 서서히 진행됐다. 이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시총 순위에서도 인터넷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3위)와 카카오(4위)가 상위권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