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던 베트남 증시가 ‘코로나 재확산’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하루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어가는 등 확산 속도가 빨라지자 베트남 정부가 봉쇄 조치를 강화한 여파로 베트남 증시의 VN지수가 크게 하락한 것이다.

불똥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입한 베트남 펀드로 튀고 있다. 베트남 펀드는 최근 1년간 수익률이 62.5%로 모든 국가·지역별 펀드 중에서 가장 높았지만, 최근 베트남 증시 급락으로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업 실적 개선 등 하반기 베트남 증시의 재상승 요인이 충분하기 때문에 베트남 펀드에서 급하게 자금을 뺄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베트남 증시 1주일 수익률 -3.6%

14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3일 기준 국내 22개 베트남 펀드의 설정액은 1조264억원으로 개별 국가·지역 단위 투자 펀드 중에서는 중국(5조4315억원)과 북미(3조9287억원) 다음으로 많다. 베트남 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31.5%로 중화권 펀드(38.8%)에 이어 2위를 기록했는데, 최근 1주일 수익률은 -3.6%로 브라질펀드(-4.1%) 다음으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 블룸버그 베트남 VN30 선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76%로 높았지만, 최근 1주일 수익률은 -7.4%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투자 정보 사이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2일 1420.27까지 올랐던 베트남 VN지수는 12일 1296.3까지 8.7% 급락했다. 지난해 말 1103.87이었던 지수가 6개월여 만에 30% 가깝게 올랐기 때문에 잠시 조정을 받은 측면도 있지만, 결정타는 코로나 재확산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1일 545명이었던 베트남 내 하루 코로나 확진자 수가 지난 13일에는 2187명까지 늘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베트남 증시는 글로벌 증시 중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호찌민, 하노이 등 대도시 위주로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강력한 봉쇄 조치가 내려지자, 투자 심리가 주춤해지면서 VN지수가 하락한 것”이라고 했다. 베트남 주식에 대한 직접 투자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베트남 주식은 3억9475만달러(약 4500억원)다. 국내 투자자들이 테슬라 주식을 88억5278만달러 보유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투자 규모가 많지 않은 편이다.

◇”베트남 증시 재상승 여력 있다”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과거에도 덩치가 작은 베트남 증시의 VN지수가 요동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2018년 4월 1200선을 넘었던 VN지수는 2019년 말 960.99로 떨어졌고, 코로나 사태가 글로벌 증시를 강타한 지난해 3월엔 659.21까지 추락했다.

지금까지 베트남은 확진자가 많지 않아 ‘방역 모범국’으로 꼽혔는데, 최근 코로나 확산세가 VN지수 급락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투자자들도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베트남 경제에 대한 전망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지난 4월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베트남 경제성장률이 올해 6.7%, 내년 7%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 하반기 베트남 증시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지난달 한국투자증권은 올 하반기 VN지수가 1100~1500선 사이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 지수를 끌어올린 ‘동학 개미 운동(개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투자 열풍)’처럼 베트남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상장사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이창민 연구원은 “기업 실적에 대한 전망이 나쁘지 않고 기업 실적이 내년에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며 “3분기에는 베트남 증시가 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 4분기엔 다시 1400선을 넘어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