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주요국 증시 가운데 중국의 상승률이 가장 낮았다. 미·중 무역 갈등 부담에, 중국 기업들의 연쇄 부도, 대형 IT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중국 증시는 1.3%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중국과 함께 브릭스(BRICs)로 불렸던 러시아(15.2%)·인도(9.4%)·브라질(7.4%) 등은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국과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은 15.8%나 올랐고, 대만(19.5%)·한국(10.3%)·일본(4.8%)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중국보다 상승률이 컸다.
◇미·중 갈등에 기업 건전성 빨간불
중국 증시의 부진엔 기업들의 신용 위험(리스크)이 크게 작용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19년 921억위안(약 16조3177억원) 정도였던 중국 내 회사채 부도 규모는 작년 1233억위안(21조8456억원)으로 34%(312억위안) 급증했다. 올해도 지금까지 1061억위안(18조7982억원)의 회사채가 부도 나서 작년의 86% 수준을 기록 중이다. 대표 사례는 중국 ‘반도체 굴기(崛起·우뚝 섬)’의 선봉이던 칭화유니그룹 파산이다. 이 회사는 작년 11·12월 연달아 총 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에 실패했고, 결국 지난 11일 파산 신청을 했다. 총채무는 2029억위안(3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의 부실이 급증한 배경에는 미국의 중국 견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은 중국 반도체 관련 업체를 ‘수출 통제 기업 리스트’에 올려 필요한 부품을 공급받지 못 하도록 막았다. 지난 6월에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인이나 기업이 중국 59사에 직간접 주식 투자를 못 하게 했는데, 이 중 7사가 반도체 업체였다. 이에 따라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중국 제조 2025’가 ‘일장춘몽’으로 끝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바이든의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작년 11월 중국군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기업의 유가증권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들의 달러 표시 채권을 대거 팔면서 중국 기업들의 회사채 금리가 크게 상승(회사채 가격은 하락)했다.
미국이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인 ‘외국기업책임법’도 중국 기업엔 악재다. 이 법은 미국에 상장된 외국 기업은 반드시 외국 정부가 소유하거나 통제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 또 미국 금융 당국이 외국 기업의 회계법인을 점검할 수 없을 경우 증시에서 퇴출시킬 수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미 증시에서 중국 기업들이 줄줄이 퇴출될 것이란 우려도 커진 상태다. 중국 거대 통신 업체인 화웨이는 미국 제재로 스마트폰 판매가 급감하며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5% 감소하는 등 실적 악화에 빠졌다.
◇하반기 개선 전망은 엇갈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에서 “외부 세력이 (중국을) 괴롭히면 14억명으로 만든 강철 만리장성에 부딪혀 피가 날 것”이라고 미국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미·중 갈등이 지속될 거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대형 IT 기업 길들이기'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중국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 상장을 강행했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지만 상장 사흘 만에 중국 안보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되면서 주가가 고꾸라졌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은 중국 정부가 자국 빅테크의 해외 증시 상장을 계속 막으면 2030년까지 45조달러(약 5경1557조원)의 손실을 볼 걸로 추정했다.
중국의 경기 선행 지수인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 6월 50.9를 기록하며 경기 확장·위축을 구분 짓는 경계선(50)을 간신히 넘겼지만, 3개월 연속 하락세다.
그러나 하반기 서비스 소비 활성화, 기술 국산화 가속화 등에 따라 중국 증시가 개선될 거라는 반론도 나온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통화 정책과 원자재 안정 정책에 따라 생산자 물가가 떨어지고 있고 부동산 가격 상승률도 평년 대비 낮은 수준”이라며 “하반기엔 대부분 국가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의식해 금리 인상 등 긴축 국면에 들어서겠지만 중국은 완화적 정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