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나 외국 증시에 투자하면서 장기 투자를 하기보다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매매를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대금(매수+매도)은 2118억달러(약 243조원)로 지난해 한 해 전체 거래대금(1983억달러)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점은 올해 순매수 금액이 141억달러로 지난해(197억달러)보다 56억달러 정도 적다는 점이다. 해외 주식을 사서 주가 상승을 기대하면서 보유하기보다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거래가 많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 흔들리자 ‘단타족’ 된 개미들
국내 증시에서는 이런 경향이 뚜렷해졌다.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2조8040억원으로 지난 1월(34조5990억원)과 2월(24조3220억원) 다음으로 많았다. 하지만 일평균 순매수 금액은 2190억원으로 올 들어 가장 적은 수준이었다. 지난해 전기차 기업 테슬라나 삼성전자가 국내 증시 상승세를 주도했던 것과 달리 ‘시장 주도주’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0만 전자'가 될 것이라고 믿었던 삼성전자 주가가 흔들린 것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1월에는 장중 9만6800원까지 올랐던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종가가 8만800원으로 작년 말(8만1000원)보다 낮아졌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뚜렷한 주도주가 없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의 레벨(주가 지수)은 사상 최고치에 달했고, 돈을 빌려 투자를 할 때 들어가는 이자 비용은 증가했다”며 “이제는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 대표주에 투자해두면 지수 상승세와 함께 내가 보유한 주식의 주가도 오를 것’이라고 확신하기가 어려운 시장 상황이 됐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호재가 있는 주식을 찾아다니며 투자를 하게 됐는데, 그 결과가 ‘단기 매매’라는 것이다.
◇테슬라 떠나 방황하는 서학 개미들
서학 개미들도 마찬가지 처지다. 지난해 수익률이 700%에 육박한 테슬라의 주가가 정체되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신세가 됐다. 2019년 말 83.67달러였던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말 705.67달러까지 올랐다. 그런데 지난 1월 26일 883.09달러까지 올랐던 테슬라 주가는 지난 7일 644.65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자 국내 투자자들은 ‘밈 주식(인터넷상에서 인기를 얻으며 주가가 급상승하는 주식)’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 게임 소매 체인 게임스톱이나 극장 업체인 AMC 엔터테인먼트 주식이 개인 투자자들의 집중 투자로 주가가 크게 오르내리기를 반복할 때, 단기 차익을 노리고 이들 주식을 사들였다 팔았다.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게임스톱의 거래 대금은 약 63억달러로 테슬라(약 180억달러)에 이어 2위였지만, 투자자들은 게임스톱 주식을 2억달러가량 순매도했다. AMC엔터테인먼트 역시 거래 대금 5위(45억달러)에 올랐지만, 순매수 금액 기준으로는 38위(약 8300만달러)였다.
◇과도한 단타 매매는 단점 많아
개인 투자자가 개별 종목을 선정하고 투자를 하다 보면 일부 투자에선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많은 수익을 거두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단타 매매를 이어가는 것은 단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 투자자가 정보력이나 정보 분석 능력, 매매 기법에서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를 넘어서기는 어렵다”며 “우량 기업, 신산업을 선도할 만한 기업 등에 긴 호흡으로 투자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단타 매매의 경우 세금이나 수수료 등 거래 비용도 만만찮다. 매도 대금에 대해서는 증권거래세를 내야 하고, 수수료는 매수·매도 시에 모두 내야 한다. 국내 주식을 거래할 경우에는 증권거래세(0.23%), 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 수수료(0.0036%) 외에도 증권사별 수수료(0.014%·한국투자증권 기준)를 내야 한다. 해외 주식의 경우에도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세율은 0.0022%로 우리보다 낮지만, 해외 거래라는 특성상 증권사 수수료는 0.25% 등으로 국내 주식 거래보다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