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선택은 배당수익률이 높은 고(高)배당주였다. 외국인들은 올 상반기에 코스피 시장에서 17조2000억원어치를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지만, 배당을 많이 주는 주식은 사들였다. 여기엔 금융 당국의 은행 배당 제한 정책이 해제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국인 순매수 1~5위는 LG화학, SK텔레콤, POSCO, KB금융, 신한지주였다. 이 중 LG화학을 뺀 4종목이 고배당주로 꼽힌다. 외국인 순매수 1위인 LG화학은 배당수익률이 높지는 않지만, 전기차 주요 부품인 배터리 제조업체라는 강점이 부각되면서 외국계 대형 펀드들이 많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피 17조 팔면서 고배당주는 산 외국인
상반기 외국인 순매수 2위(1조5101억원)인 SK텔레콤는 작년 말 배당수익률이 3.14%로 코스피 평균(1.74%)의 두 배 수준이었다. 배당수익률은 주가당 배당금 비율이다. 3~5위인 포스코(2.33%), KB금융(3.28%), 신한지주(3.76%)도 모두 배당수익률이 2~3%대로 ‘고배당주’였다. 이 종목들은 올해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주가도 올랐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배당을 제외해도 11~17%의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금융주의 경우 최근 금융 당국의 배당 제한 조치가 6월 말로 종료되면서 외국인들이 되돌아온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은행들에 순이익의 20% 이내로 배당을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가 지난달 권고를 연장하지 않고 종료했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의 외국인 지분율도 요동쳤다. 2019년 말 64%를 넘었던 신한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배당 제한, 정치권 이익 공유제 강조 등의 악재에 부딪혀 작년 10월 53.9%까지 줄었다가 지난달 말 60.7%까지 올라왔다.
업종별로 봐도 이들 고배당주가 포함된 화학(2조3255억원), 금융업(2조1623억원), 통신업(1조7274억원)의 상반기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컸다. 반면, 자동차가 포함된 운수장비(-4조1668억원), 삼성전자가 포함된 전기전자(-19조4209억원) 등은 매수보다 매도가 컸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간 많이 오른 성장주보다 저평가됐던 일부 배당주를 중심으로 외국인들이 투자를 늘렸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 관련 LG화학 1.7조 사
올 상반기 외국인 순매수 1위에 오른 LG화학(1조7193억원 순매수)은 작년 말 배당수익률이 1.15%로 외국인이 선호하는 고배당주는 아니었다. 하지만 외국인은 삼성전자(-11조3200억원), LG전자(-1조4139억원), 기아(-1조3113억원)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자·자동차 종목을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LG화학을 사들였다.
외국계 증권사들에 따르면, 5650조원을 굴리는 미국 운용사 피델리티와 2260조원 운용 규모의 캐피털그룹 등이 LG화학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계 증권사 CLSA의 폴최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전기차를 유망하게 보고 국내 대표 배터리 업체인 LG화학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LG화학은 작년 하반기 배터리 사업부문(LG에너지솔루션)을 분사(물적 분할)시켰음에도 외국인의 투자가 몰렸다. 작년 9월만 해도 35%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달 말 절반(46.7%)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여전히 사업 영역에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 제조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양극재 생산 능력을 2026년까지 현재의 7배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외국인의 하반기 투자 전망은 밝지 않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돈줄 조이기가 가시화되면서 신흥국에 풀렸던 외국계 자금이 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백신 접종 확대로 코로나 충격이 완화될 경우 전자제품 등 내구재 위주였던 소비가 관광 등 서비스로 옮아가면서 우리나라보다 태국·이탈리아 등 관광 산업이 강한 국가로 돈이 흘러갈 거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값 상승으로 호주·브라질·러시아 등 자원이 풍부한 나라로 외국계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