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DSR 규제가 강화됐다는데 지난주에 신청한 대출엔 영향이 없나요?”
1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시중은행 지점엔 대출 가능 여부를 묻는 전화 문의가 이어졌다. 이날부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강화된 개인별 대출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규제 지역의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을 때 개인별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한다는 것으로, 소득이 낮을수록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서울 중구의 한 시중은행 창구 직원은 “바뀐 규제에 대해 물어보거나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고객들이 있었지만,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의 혼선은 없었다”며 “사전에 여러 차례 예고됐기 때문에 고객들이 미리 대비를 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엔 총대출액 2억원, 후년엔 1억원 넘을 때도 적용
DSR 규제는 이번에 처음 도입된 것은 아니다. 그동안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연소득 8000만원이 넘는 사람이 신용대출 1억원이 초과되는 신용대출을 받을 때 ‘DSR 40%’가 적용됐다. 7월 1일부터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경우 ‘6억원 초과 주택’으로, 신용대출은 연소득과 관계없이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을 때 적용된다. 즉 대상이 확대된 것이다.
다만 모든 대출에 일괄적으로 바뀐 규제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7월 1일 이전에 받았던 대출에 대해 같은 은행에서 만기를 연장하거나 금리를 낮출 땐 DSR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존 대출 금액보다 더 대출을 받거나, 다른 은행으로 갈아탈 땐 바뀐 규제가 적용된다. 전세자금대출은 DSR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긴 하지만, 생활안정자금 목적으로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면 DSR 산정에 포함된다. 다만 의료비나 교육비 등 긴급한 생활안정자금으로 인정되면 DSR 비율을 초과해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이때도 한도는 1억원까지다.
DSR 규제 적용 대상은 2023년까지 매년 확대된다. 내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2억원이 넘으면 적용되고, 2023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1억원 초과할 때 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은행들 신규 대출 중단, 혜택 축소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앞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게 더 어려워졌다. 은행들은 신규 신용대출을 중단하거나 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출을 조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관리비 대출, 솔져론, 하나원큐 중금리 대출, 하나원큐 사잇돌 대출 등 4종의 신용대출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4일부터 5개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 금리를 최대 0.5%포인트까지 축소하는 방식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이달 12일부터는 신용대출 우대 금리 적용 기준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급여이체 실적이 월 50만원 이상이면 우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월 100만원을 넘겨야 같은 우대 금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NH농협은행도 지난달부터 모기지신용보험대출과 모기지신용보증대출 판매를 일시 중단하고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우대 금리를 0.2%포인트씩 축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보험사, 카드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제2금융권 대출 한도는 DSR 60%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을 조이다 보니 풍선 효과로 최근 제2금융권 대출이 급격히 늘어났는데 올해 하반기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