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접종이 한창인 요즘, 투자자들의 시선은 온통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쏠려 있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했는데, 상당 부분 현금 형태로 소비자 주머니에 꽂히면서 인플레 압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4.2%로, 상반기(3.7%)에 비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2021년 연간 경제 성장률은 4%로, 올 2월의 예상치 3%에서 상향 조정됐다. 올해 전망치는 2010년에 기록한 6.8% 이후 최고치다.
경기 회복과 더불어 물가도 상승할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에 그쳤지만 올해에는 1.8%로 전망됐다. 인플레 환경에서는 어떻게 은퇴 자산을 관리해야 할지 살펴보자.
◇경제 회복과 더불어 물가 상승 전망
올 하반기 경기는 상반기에 비해 양호하고 물가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 심리는 백신 접종 확대와 경기 회복 기대감 등으로 꾸준히 개선될 것으로 보이고, 지난해 크게 위축됐던 대면 서비스 소비도 늘어날 것이다.
지난 5월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6% 올랐다. 지난 2012년 3월에 기록한 2.7%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 상승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상회했던 지난 2008년 8월의 5.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추고 적극적으로 재정을 확대해 왔다. 초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은 코로나 백신 접종 및 경제 정상화와 더불어 인플레 압력을 야기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5월 말 개최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0.5%)를 동결하면서도, 물가가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코로나 기저 효과와 일부 원자재 가격 강세 등 일시적인 요인들을 감안할 때 물가 급등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경제 회복 과정에서 정상적인 물가 상승 압력은 지속될 수 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수혜 자산 주목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예금보다는 주식이 유리하다. 예금 금리가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면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예금의 실질 가치는 오히려 하락한다.
반면 주식의 가치는 이론적으로 기업이 벌어들이는 순익과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따라 결정된다. 물가가 오르면 기업은 제품 및 서비스 가격을 인상해 매출과 순익을 늘릴 수 있다. 또 물가가 상승하면 기업이 보유 중인 부동산 등 자산의 가치도 오를 수 있다.
물가가 오르는 시기에는 주식 중에서도 인플레 민감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 금리 상승이 호재인 업종, 상품 관련 주식, 가격 결정력이 높은 종목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인플레와 더불어 금리가 상승하면 은행이나 보험 등 금융주가 선전하는 경향이 있다. 인플레이션은 곧 화폐 가치 하락을 의미하므로 에너지, 원자재, 유틸리티(가스, 수도, 전기) 등 실물 자산 가치는 상대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생산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할 수 있는 가격 결정력을 지니고 있는 소비재도 유망하다. 인플레로 인한 금리 상승은 미래 수익의 현재 가치를 낮추게 되는데, 이 같은 환경에서 탄탄한 자회사를 확보한 지주회사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은 여전히 현금·예금 치중
저금리, 인플레, 고령화 시대에는 현금 및 예금에 예치된 단기 유동성 자금으로 장기 은퇴 자산을 확충하는 데에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국 가계의 금융자산은 여전히 현금과 예금에 치중돼 있다. 하나은행이 발표한 2021년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우리나라 부자들은 평균적으로 현금과 입출금 통장에 13%, 예금에 30%, 주식 25%, 펀드 및 신탁 14%, 채권 3%, 보험 및 연금에 16%를 두고 있다.
금융자산 1억원 이상 10억 원 미만을 보유한 대중 부유층의 경우, 현금과 입출금 통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12%, 예금 37%, 주식 18%, 펀드 및 신탁 12%, 채권 3%, 보험 및 연금 17% 등이다. 부자와 대중 부유층의 금융자산에서 현금과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3%와 49%로 절반에 가까운데, 이는 미국이나 호주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투자 자산 편입하고 운용 기간 연장
단기 유동성 상품에 치중돼 있는 자금을 은퇴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기대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기대 수익률을 제고하려면 운용 기간을 늘리거나 위험자산 편입 비중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손실 위험을 떠안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장기 상품을 이용해 시간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 하다.
특히 인플레가 지속되면 시중금리도 상승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장기자산인 보험 상품에 적용되는 공시이율은 회사의 자산 이익률과 객관적 외부지표 금리(국고채, 회사채 등의 수익률)를 반영해서 매월 산정되므로 금리 상승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공시이율은 각 보험사 홈페이지의 공시실에서 확인 가능하다.
저금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다양한 펀드에 투자하는 변액보험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격 변동 위험은 분산 투자로 관리해 나가면 된다. 투자 성향과 자금의 성격에 따라 공시이율 및 변액 상품을 선택해 은퇴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