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의 은퇴 예상 시기를 ‘타깃 데이트(목표 시점)’로 정해 투자 위험도를 조정하는 ‘타깃 데이트 펀드(TDF)’로 돈이 몰리고 있다. 40대 이전에는 주식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비율을 높이고, 은퇴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 안전 자산 비율을 늘리는 것이 전형적인 TDF의 투자 방식이다. 퇴직연금 수익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연금 투자에 적합한 상품인 TDF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셈이다.

15일 펀드 평가사 제로인과 각 자산운용사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TDF 설정액은 총 5조7267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조7200억원 정도 늘어났다. 올 들어 불과 다섯 달 만에 지난해 연간 늘어난 금액(1조2100억원)보다 더 많이 불어났다.

◇5년 단위로 은퇴 시기 지정

TDF의 장점은 은퇴 시점에 맞춰서 자산이 가장 많이 불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상품이라는 점이다. TDF 상품 뒤에는 투자자가 은퇴를 계획하는 연도를 뜻하는 숫자가 붙어있다. 예컨대 2025, 2050 등인데, 5년 단위다. 투자자는 자신의 은퇴 시기에 맞는 TDF를 골라서 투자를 해두면 되는 것이다.

TDF는 2011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처음 출시했을 때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2016~2017년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TDF 상품을 출시하면서 전체 TDF 설정액이 크게 증가했다. 11일 기준 설정액 5조7267억원은 2016년 말 설정액(661억원)의 80배가 넘는 수준이다.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지난해 증시 호황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를 선호하면서 다른 주식형 펀드들은 고전하고 있지만 TDF 인기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설정액 1위는 미래, 수익률 1위는 KB

현재 14개 자산운용사가 118개 TDF를 운용 중이다. TDF 설정액이 가장 많은 자산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2조5557억원)이다. 올 들어서만 설정액이 8800억원가량 증가하면서 2위 삼성자산운용(1조2853억원)을 크게 앞선다.

펀드 판매 전문 증권사인 한국포스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한국포스증권에서 가장 많은 투자자가 매수한 TDF가 미래에셋 전략 배분 TDF(3288명)였다. 2위인 메리츠 프리덤 TDF(925명)의 3배가 넘는 투자자가 미래에셋 전략배분 TDF에 투자한 것이다. 한국포스증권은 “보통 연말정산 시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 세액공제를 고려해 연말에 TDF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지는데, 올해는 상반기에 7500여명 정도가 TDF에 투자한 것을 보면 TDF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올 들어 수익률도 고공 행진 중이다. 118개 TDF 가운데 25%인 30개가 연초 후 수익률이 10% 이상이다. KB자산운용의 ‘KB 온국민 TDF 2055’가 13.1%로 가장 높았다.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글로벌 대표 자산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TDF를 운용하고 있는데, 삼성 ETF TDF 2050의 경우 연초 후 수익률이 10.9%다.

김영성 KB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 상무는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TDF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TDF가 장기간 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상품의 수익률만큼이나 수수료 등의 차이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