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말 한마디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 화폐 값이 급등락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머스크는 트위터에 “(비트코인) 채굴자들의 합리적인 클린(clean) 에너지 사용이 확인되면 테슬라는 비트코인 거래 허용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정 에너지로 비트코인을 채굴하면,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차를 매매하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청정 에너지를 절반(50%)까지 사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머스크는 올 초부터 비트코인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언행을 보여왔다. 지난 2월에는 비트코인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며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할 거라고 밝혀 비트코인 가격을 3만9000달러대에서 6만달러대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지난달 12일 돌연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에 전기가 너무 많이 소모된다며 허용을 취소했는데, 다시 한 달여 만에 의견을 또 뒤집은 것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 화폐 가격은 머스크의 발언에 따라 널뛰기를 하고 있다. 글로벌 코인 정보 서비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4일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보다 12% 급등한 3만9570달러에 거래됐다. 이더리움(7.2%)과 도지코인(4.3%) 등 다른 주요 가상 화폐들도 크게 올랐다. 지난달 비트코인 결제 중단 발언 때 10% 넘게 급락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머스크 리스크가 부각되자 “정부가 머스크를 조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고 여성 갑부인 마그다 위어지카 시그니아자산운용 대표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시세 조종 혐의로 머스크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머스크 해임을 추진하는 ‘스톱일론(STOPELON)’이라는 단체까지 등장했다. 미국 경제 칼럼니스트 마이클 힐칙은 “정부 발행 화폐와 달리 가상 화폐는 추측에 의존해 가치를 평가한다”며 “부주의한 투자자들은 투자 유혹에 빠져들기 쉽고, 기술과 사회적 변화의 시기에 이런 위험은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