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딧, 8퍼센트, 피플펀드컴퍼니 등 3곳이 P2P(개인 간 금융) 업체 중 처음으로 금융 당국의 정식 승인을 받았다. P2P 금융이란 전통적인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대출 희망자와 투자자가 직접 연결되는 방식이다. P2P 업체는 그동안 관련 법이 없어 대부업체처럼 쉽게 설립할 수 있었지만, 오는 8월 27일부터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에 따라 당국으로부터 승인받은 업체만 영업할 수 있게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부 승인을 받은 업체를 통해 보다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이 3개 업체가 법상 등록 요건을 갖춰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온투업체)로 최초 등록했다고 밝혔다. 온투업자로 등록했다는 것은 금융 당국의 심사를 통과했다는 뜻이다. 당국은 등록을 신청한 P2P 업체들을 상대로 5억원 이상의 자기자본과 인적·물적 설비를 잘 갖췄는지, 내부 통제 장치가 잘 작동하는지, 경영진이나 대주주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했다. 지금까지 총 41개 업체가 등록을 신청했는데, 이 중 3곳이 먼저 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투자 한도 연간 3000만원으로 제한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온투법 시행으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투자 한도와 세금이다. 기존엔 업체당 1000만원이라는 투자 한도가 있었지만 여러 P2P 업체를 통해 투자하게 되면서 사실상 한도는 의미가 없어졌다. 앞으로는 한 업체에만 투자하든 여러 곳에 투자하든 관계없이 P2P 총 투자 한도가 3000만원으로 제한된다. 또 소득세법 개정에 따라 P2P 투자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세율은 기존 27.5%에서 15.4%로 낮아진다.

투자자들을 위한 안전 장치는 강화됐다. P2P 업체들은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은행 등 투자금 관리 기관에 예치해야 한다. 예치된 투자금은 제3자가 압류하지 못하고, 양도·담보로 제공하는 것도 금지된다. 투자 계약 체결 시 투자자에게 의무적으로 계약 서류를 건네도록 했고,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여 기존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주는 ‘돌려막기’도 금지했다.

금융 당국에 등록된 온투업자들은 부실채권 매각, 연체율 15% 초과, 금융 사고 발생, 청산 업무 처리 절차 등 중요 경영 사항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특정 투자자를 부당하게 우대하거나 차별하는 행위, 투자자에게 과도하게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도 하지 못한다. 대출 채권을 담보로 한 상품 등 고위험 상품도 취급할 수 없다.

◇중·저신용자 입장에선 대출 시장 확대

대출받으려는 중·저신용자 입장에서 P2P 금융은 기존 고금리 대출을 중금리로 낮출 기회다. 기존 1·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P2P를 통해 연 5~15%의 중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고, 투자자도 그에 준하는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번에 등록한 렌딧, 8퍼센트, 피플펀드는 중·저신용자에게 중금리 신용대출, 소상공인 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현재 누적 대출액 규모는 피플펀드 1조839억원, 8퍼센트 3476억원, 렌딧 2291억원 순이다. 대출 잔액은 피플펀드 2021억원, 8퍼센트 321억원, 렌딧 129억원이다.

우선 렌딧은 최저 4.5%, 평균 10% 초반대의 중금리대출을 공급할 방침이다. 피플펀드도 경쟁업권 대비 낮은 이자율(평균 10~14%)을 제공하기로 했다. 8퍼센트는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고금리를 중금리로 전환하는 대환대출 상품을 집중 공급할 예정이다.

◇미등록 업체 이용자 주의해야

금융 당국 승인을 받도록 한 온투법 시행은 우후죽순 격으로 급성장하던 P2P 업계의 옥석을 가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작년 8월 230여 개에 달하던 P2P 업체 수는 현재 100여 곳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이 가운데 당국 심사를 거쳐 살아남는 P2P 업체가 많아야 10~20여 곳에 불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8월 이후 미등록 업체는 영업 중단이 불가피한데, 이에 따른 투자자 피해 가능성이 있다. 다만 미등록 업체는 제도권 밖에 있는 업체들이기 때문에 금융 당국으로부터 구제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