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지난 7일 3250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만년 저평가'라는 꼬리표가 붙었던 지주회사 주식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주회사 주식은 그룹 내에서는 큰형님이지만, 별다른 사업을 하고 있지 않아 늘 가격이 싼 소외주였다. 하지만 자회사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한 만큼, 지주회사 가치도 재평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부 지주사의 주가도 들썩이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백신 접종 확대로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리오프닝(경제 재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신사업 발굴과 사업 구조 조정 같은 포트폴리오 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지주회사 주가도 한 단계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 네오위즈, 미원 등 강소(强小) 지주회사의 질주

지주회사 중에서는 시가총액이 크지 않은 지주회사들이 앞서나가고 있다. 8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승률 1위 지주회사는 두산이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98%로, 지주회사 85개 중 가장 높았다. 2위는 네오위즈홀딩스로 89%였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10년 만의 대전환기, 두산그룹을 사야 한다'는 보고서를 펴내고 “두산은 지주회사 중에서 가장 저평가되어 있다”면서 “하반기에 채권단 관리를 졸업하고 순차입금을 2조4000억원대까지 낮추는 데 성공하면 그룹 신용등급도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룹 신용리스크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데다 재생에너지와 무인화 테마의 대장주가 될 수 있다면서 최 연구원은 두산 목표 주가로 15만원을 제시했다. 8일 두산 종가는 9만9000원이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주회사 중에 전년 대비 올해 예상 순이익 상승률(142%)이 가장 높은 곳은 CJ였다. CJ는 이미 주가가 올해 21% 올랐는데, 자회사 수익성 개선이 가시화하고 있어 주가가 더 탄력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헌 연구원은 “지난해 CJ는 코로나 여파로 CJ 제일제당, CJ ENM 등 주요 자회사 실적이 부진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면서 “하지만 올 1분기부터 자회사들이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고 비상장사(올리브영과 푸드빌)도 선방하고 있어 달라진 한 해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지주의 상징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와 그 일대.

◊삼성물산은 올 들어 -1.7%

삼성그룹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은 올해 주가가 오히려 1.7% 빠지면서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지분 가치가 시간이 갈수록 부각되면서 주가도 탄력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삼성전자(5%), 삼성바이오로직스(43.4%) 등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치만 53조6000억원에 달해, 삼성물산 시가총액의 2배를 넘는다.

5대 그룹 소속 상장 지주사 중에선 롯데지주의 상승세가 돋보였다. 롯데지주는 올해 19.8% 상승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그룹의 혁신 가치에 베팅할 때’라는 보고서에서 “롯데케미칼 등 주요 자회사의 실적 개선에 따라 영업가치가 급격하게 좋아질 것”이라며 “롯데렌탈 등 비상장사 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도 기대되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심영철 웰시안닷컴 대표는 “지주회사는 일종의 자산주로, 다른 주식들이 오르는 것을 구경만 하다가 막판에 오르는 경향이 있다”면서 “신규 사업을 발굴하면서 성장해 가는 지주사는 주가가 오르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늘 주가가 싼 채로 박스권에 갇힐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