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스, 스위스, 덴마크, 핀란드, 헝가리, 아일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
지난달부터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찍은 나라들 목록이다. 지난 1일엔 독일 DAX, 프랑스 CAC40 등이 역사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지난 몇 년간 빛을 못 보던 유럽 증시가 최근 10년 만의 최고점을 돌파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2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연초 이후 유럽 증시는 14.6% 상승하면서 글로벌 주요 16국 수익률 평균(7.4%)을 크게 웃돌았다. 유럽의 대표기업 50곳으로 이뤄진 유로 스톡스 50 지수도 10년 전 전고점을 돌파했다. 유럽 증시는 에너지, 철강, 금융 등 경기 민감 주식이 60% 이상으로 비중이 높은데, 최근 경기 회복세로 이런 종목들이 오르면서 강세장을 연출하고 있다.
최근 ‘Buy 회복, Buy 유럽'이란 보고서를 펴낸 강재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에선 미국 주식이 워낙 인기가 높다 보니 관심 밖이지만, 최근 유럽 증시는 굉장히 좋았고 향후 전망도 밝다”면서 “미국 증시는 이미 많이 올라 덜 오른 유럽으로 글로벌 자금도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보급에 따른 관광업 회복 기대감도 유럽 증시 선호도를 높이는 요소라고 강 연구원은 덧붙였다.
◇올해 14.6% 상승한 유럽 증시
글로벌 증시에서도 유럽 증시가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7일 ”전세계 투자자들이 유로존 주가 랠리에 베팅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밀려나 있던 유럽 증시가 변곡점을 맞았다”고 소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지원 사격도 이어지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경제 성장 잠재력이 높고 친환경 에너지 확대 등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유럽 주식 비중 확대를 권했다. 모건스탠리도 법인세 인상을 앞둔 미국보다는 유럽 주식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슈로더의 아자드 방가나 선임 연구원은 “유럽 경제가 강하게 반등하고 있으며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측면에서도 미국보다 훨씬 매력적”이라며 “다른 선진국 시장에 비해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유럽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65%가 유럽 증시는 올해 4분기쯤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그때까지는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주가 상승의 동력은 경기 회복 기대감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유로존 경제가 4.3%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들의 이익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팩트셋에 따르면, 영국을 제외한 MSCI 유럽지수 편입 기업들의 올해 평균 순익 성장률은 41.3%로 추산돼 미국의 33.3%를 웃돌았다.
◇미국 주식의 0.2% 수준으로 미미
유럽 주식도 미국 주식처럼 증권사 해외 주식 매매 서비스를 통해 쉽게 살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아직까진 유럽 증시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2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유럽 주식 보관 잔액은 1억600만달러(1180억원)였다. 미국 주식 보관 잔액이 5월 말 현재 499억달러(55조5800억원)라는 점을 고려하면, 0.2% 수준에 불과하다. 유럽펀드 설정액도 이달 기준 3980억원 정도로, 북미펀드 규모와 비교하면 10분의 1밖에 안 된다.
덩치 경쟁에서는 밀리지만, 유럽펀드의 최근 수익률은 북미펀드를 앞지른다. 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럽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8.2%였고, 1개월 수익률은 1.6%였다. 반면 같은 기간 북미펀드 수익률은 7.3%였고, 1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1%)였다.
강재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리스크가 노출되면 자산 선별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데, 유럽은 선진국 내에서도 미국·일본보다 투자 매력도가 높다”면서 “지멘스나 루이비통 같은 개별 종목보다는 인덱스펀드처럼 시장 전체를 사는 전략을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