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 대표.

최근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선 미국의 유명 투자자인 마이클 버리의 테슬라 공매도가 화제였다. 마이클 버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예견해서 큰돈을 번 인물로,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풋옵션에 약 6000억원을 투입했다.

일반인들은 버리의 테슬라 공매도에만 관심을 쏟았지만, 여의도 증권가는 인플레이션을 예상한 그의 풀베팅에 주목했다.

버리는 지난 2월 독일이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에 겪었던 초(超)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1차 대전 패전국인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은 승전국들에 지급할 막대한 배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마구 찍어냈는데 3년 만에 물가가 1조 배 올랐다고 한다.

인플레이션이 온다고 굳게 믿는 버리가 선택한 상품은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채권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였다. 채권 인버스 ETF는 채권 가격이 하락(금리 상승)하면 수익이 나는 상품이다. 그중에서도 버리는 만기 20년 이상 국채의 가격이 하락하면 2~3배 수익률을 챙길 수 있는 공격적인 구조로 포트폴리오를 짰다.

금정섭 KB자산운용 이사는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돈이 오래 묶이기 때문에 수익률도 더 높다”면서 “마이클 버리는 20년 이상 장기물을 산 데다 2~3배 레버리지도 끼고 있어서 인플레이션이 온다고 보고 과감한 투자를 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규

◊1년 수익률 21%... 주식보다 높아

마이클 버리처럼 인플레이션이 온다고 보고 투자하고 싶다면, 국내에선 어떤 상품들을 골라야 할까. 김경식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 대표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을 가정한다면, 물가연동국채와 채권 인버스 ETF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채권 인버스 ETF는 미국에 상장된 것들이 대표적이지만 한국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고 말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되어 있는 채권 인버스 ETF는 모두 11종류다. 국내 채권과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 두 종류가 있다.

최근 1년 수익률이 20.5%로 가장 높았던 채권 인버스 ETF는 KB자산운용의 KBSTAR미국장기국채선물인버스2X였다. 미국 30년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금리 상승) 2배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수익률 2위(14.1%)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인버스(H)였다.

국내 채권의 경우엔 10년 국채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ETF들이 1년 5.7% 정도의 수익을 냈다. 반면 3년물 국채 인버스 ETF는 1년 수익률이 1% 정도로 수익률이 미미했다. 금정섭 이사는 “3년물 채권의 경우엔 10년물에 비해 금리가 많이 오르지 않아서 이에 연동되는 채권 인버스 ETF도 성과가 덜 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6000억 유입된 상품도

통상 채권 금리는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하락하는데, 이 과정에서 채권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채권 인버스 ETF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지난 2017년 출시된 KB자산운용의 KBSTAR국고채3년 인버스 ETF는 금리가 꿈틀꿈틀 고개를 들 때마다 수요가 급증하는 상품이다. 올 들어 이 상품에는 6000억원이 유입됐다. 돈의 흐름에 예민한 기관 자금이다. KB운용 관계자는 “채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관들이 보유 채권에 대한 헤지(손실 방어) 차원에서 가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국뿐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도 채권 인버스 ETF로의 자금 유입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 상장되어 있는 채권 인버스 ETF의 경우 거래량이 미미해서 유동성이 좋지 않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거액을 투자한 기관들이 한꺼번에 돈을 빼내게 되면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부부장은 “금리가 오르는 것이 명백해 보여도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 입장이나 경제 지표의 추이 등 변수가 많아서 정확한 금리 인상 시점을 아는 것은 어렵다”면서 “코로나 변종 등 새로운 악재도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확신에 찬 투자보다는 자산 배분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