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14년 만에 감독분담금을 손질했지만 방만 경영 해소라는 당초 취지는 살리지 못한 채 계산 방식만 바꾼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매년 3000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금융회사에서 감독분담금이란 이름으로 거둬들이고 있다. 금융사를 감시하고 감독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이유지만, 이 돈이 방만하게 쓰이고 최근 사모펀드 사태가 잇따라 터지면서 막대한 돈을 받아놓고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감원 분담금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2017년 9월 감사원이 “감독분담금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을 관리하는 금융위원회는 2019년 감독분담금 제도 개선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면서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감사원 “분담금 아니라 부담금… 통제 수단 필요”

그동안 감독분담금은 은행·비은행(저축은행, 상호금융)과 금융 투자 업계, 보험사가 내왔다. 감독분담금 2788억원을 거뒀던 작년의 경우 은행·비은행이 1418억원(50.9%), 금융 투자 업계가 570억원(20.4%), 보험사가 800억원(28.7%)를 냈다. 금감원이 처음 설립되던 해인 1999년 548억원이던 감독분담금은 2020년 2788억원으로 5배가량 늘었다. 올해도 감독분담금 예산이 2654억원으로 책정돼있다. 전체 금감원 예산에서 감독분담금이 차지하는 비율도 1999년 41.4%에서 2020년 76.8%까지 늘어났다. 사실상 금융사 감독분담금으로 금감원이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개선 방안에선 분담금 산정 때 금감원 검사 인력 투입과 관련된 비율을 현행 60%에서 80%로 높이고, 금융사 영업수익 관련 비율은 40%에서 20%로 낮추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금융사 규모가 아니라 금감원 감독을 자주 받는 금융사가 분담금을 더 내게 된다. 여기에 그동안 부과 면제 대상이었던 네이버파이낸셜 등 전자 금융 업자와 크라우드 펀딩 등도 상시 감독분담금을 내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개선안에서 금감원의 방만 경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그동안 감독분담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관리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라는 요구를 해왔는데 이번 개선안엔 그런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결국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 지적 사항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감사원은 2017년 “금감원의 상위 직급과 직위 수가 다른 금융 관련 공공 기관보다 과다하게 운영되고 정원 외 인력도 3년 만에 145명이 늘어나는 등 방만하게 운영됐다”고 했다. 2017년 금감원 인건비는 1958억원으로 전년(1781억원)보다 9.9% 늘었다. 감사원 지적 이후 증가율이 낮아지긴 했지만, 금감원 인건비는 그 이후에도 3년간 연평균 2.6%씩 늘었다.

◇금융권 “분담금 늘리기보다 신뢰 회복부터”

이번 제도 개선으로 금감원이 거둬들이는 분담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분담금 납부 업권을 확대하고, 면제 대상도 축소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금융권에선 벌써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감독을 더 받는 금융사에 분담금을 더 물리겠다는 건 제재도 받아야 하는 금융사 입장에선 이중 제재”라며 “금감원이 금융사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비판은 2019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때도 제기됐다. DLF 사태 때 제재심의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 개최 등으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추가로 분담한 금액만 각각 46억원대였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도 감독 부실 책임이 있는데 사고가 터진 뒤에 감사를 해 수수료를 받으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차라리 기존처럼 금융사 규모에 따라 분담금을 받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감독분담금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들로부터 감독 서비스 제공 명목으로 매년 받고 있는 돈. 금감원은 정부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 예산 대신 감독분담금과 한국은행 출연금 등으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