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믿고 투자한 기업인데, ‘오너 리스크(위험)’라니!”
17일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주식을 보유한 국내 투자자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이 업체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가벼운 입’을 비난하는 글을 연이어 올렸다. 머스크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한 트위터 사용자가 ‘테슬라가 다음 분기에 보유한 비트코인을 모두 처분할 수 있다’는 글을 올리자 ‘정말이다(Indeed)’라는 답글을 달았다. 그러다 10시간가량 후에는 “추측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말하자면,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하나도 팔지 않았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세계적인 기업 CEO가 정제되지 않은 오락가락 발언으로 자산 시장을 뒤흔든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테슬라 주가가 500달러대까지 추락하자 서학 개미(해외 주식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도 테슬라를 순매도하는 모양새다. 국내 투자자들은 결제일 기준으로 이달 들어 17일까지 테슬라 주식을 4327만달러(약 49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만약 이런 추세가 이달 내내 지속될 경우 서학 개미들이 2019년 12월(941만달러 순매도) 이후 1년 5개월 만에 테슬라 주식을 순매도하는 결과가 된다.
◇작년 10월부터 7개월 연속 순매수 1위였는데…
테슬라는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해외 주식 투자 열풍을 상징하는 기업이었다. 지난해에는 4~5월 두 달을 제외하곤 월간 해외 주식 순매수 금액 순위에서 5위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다. 지난해 7월에는 아마존을 2위로 밀어내고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주식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으로 해외 주식 가운데 개인 순매수 1위를 기록했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1월에 테슬라를 9억3915만달러(약 1조650억원) 순매수했는데, 이는 같은 달 국내 주식 순매수 4위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이처럼 일편단심이었던 서학개미가 돌아설 조짐을 보이는 것은 테슬라 주가가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5일 장중 900.4달러까지 올랐던 테슬라 주가는 지난 14일 589.74달러까지 떨어졌다. 주가 하락으로 1월 말 110억달러에 육박했던 서학개미들의 테슬라 주식 평가금액은 지난 14일에는 76억달러로 줄었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쏟아내는 발언들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잇따른 설화 때문에 머스크 개인이나 그가 이끄는 테슬라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는 것이다. 머스크는 지난 12일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에 들어가는 화석 연료 사용 급증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갑자기 차량 결제 수단으로서 비트코인 사용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3월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차량을 살 수 있다’고 선언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입장을 바꾼 것이다.
◇증권업계 “테슬라 투자 신중해야”
머스크의 무책임한 발언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중국 시장 판매 둔화와 탄소 크레디트(탄소 배출권)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하면 테슬라에 대한 투자는 당분간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삼성증권 임은영 연구원은 ‘테슬라, 악재에 둘러싸이다’라는 보고서에서 “테슬라 차량 군사지역 출입금지 조치, 상하이 모터쇼에서 벌어진 브레이크 오작동을 주장하는 차주의 시위,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으로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4월 판매량(2만5845대)이 3월(3만5478대) 대비 27%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앵(PSA)이 합병해 출범한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는 최근 “합병으로 더는 테슬라의 탄소 배출권을 구매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남는 탄소 배출권을 사는 주요 고객이 FCA였기 때문에 ‘당분간은 테슬라의 관련 매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결국 테슬라가 자신들의 ‘기술력’을 증명해야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은영 연구원은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술이나 전기 픽업트럭 등 전기 상용차 분야에서 다른 자동차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확실하게 증명한다면 분위기 반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