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배달 기사로 일하는 김모(26)씨는 얼마 전 “70만원을 빌려줄 테니 보름 뒤 100만원을 갚으면 된다”는 대출 안내 문자를 받았다. 연 이자율로 계산하면 1029%에 달하는 고금리 불법 대출이었지만 급한 마음에 손을 댔다. 올 초 중고차를 담보로 한 대부 업체에서 연 24% 금리로 1000만원을 빌려 그 이자도 벅찬 처지라 카드 빚과 사채로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빚은 4000만원까지 불어났고 상환이 불가능한 상황에 몰렸다.

카드론 등 고금리 대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불법 대출 문자도 다시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16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7~12월) 불법 대출 음성·문자메시지가 427만9533건에 달했다. 작년 상반기(217만6440건)의 2배 가까이로 늘었고,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6년 하반기 이후 처음으로 400만건을 넘겼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들어 불법 대출 광고 전단도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금리가 10% 중반 수준인 카드론마저 쓸 수 없는 저신용 취약 계층들이 향하는 곳은 이자가 20%가 넘는 대부 업체다. 그런데 오는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낮아지며 대부 업체들도 저신용 취약 계층에 대한 대출을 조이고 있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대부 업체의 대출 승인율은 2015년 21.2%에서 2019년 11.8%로 내려갔다. 대출 신청 10건 중 1건만 승인됐다는 것이다.

결국 카드론이 거절된 취약 계층은 대부 업체가 아닌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곧바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에선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날 취약 계층을 최소 3만9000명(금융위원회 추산)에서 최대 50만명(최철 숙명여대 교수 예측)으로 보고 있다.

금융 당국은 햇살론 같은 정책금융 대출 등 여러 방안을 구상 중이다. 그러나 정작 대출 절차 등에 시간이 걸려 자금이 급한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명일 서민금융연구원 이사는 “서민들은 불법 사금융 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수밖에 없게 된다”면서 “금융 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