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등장한 국산 코인(가상 화폐) 대부분이 싱가포르에서 발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상장 30분 만에 1075배 폭등했던 아로와나토큰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에서는 2017년 9월부터 코인을 발행해 가상 화폐 거래소에 상장하는 ‘ICO(가상 화폐 공개)’가 전면 금지되면서 국내 가상 화폐 업체들이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코인을 발행해 국내 거래소에서 유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X가 발행한 ‘클레이’, 올해 들어 가격이 최대 27배나 급등한 ‘엠블’ 등도 싱가포르 태생이다.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이 발행한 ‘링크’는 ICO를 하진 않았지만 싱가포르에서 발행됐다. 한 ICO 자문사 관계자는 “작년엔 한 달에 한 건 정도 의뢰가 들어왔는데 코인 열풍이 다시 불기 시작한 작년 하반기부터는 매달 10건 이상 문의가 온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ICO 법률 자문 등을 맡는 대형 로펌들이 속속 싱가포르로 진출하고 있다. 작년 9월 법무법인 바른은 대형 로펌 중 처음으로 싱가포르에 진출하며 “ICO와 블록체인 자문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ICO를 주요 업무로 내세우진 않았지만 올해는 김앤장과 태평양도 싱가포르에 진출할 계획이다. 권오훈 차앤권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정부의 ICO 금지 발표는 법적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처벌할 근거는 없지만, 국내에서 무리해서 ICO를 하지 않고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ICO를 금지해놓고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아 우후죽순 늘어난 국산 가상 화폐들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크게 많은 상황이다. 업비트에 상장된 가상 화폐는 178개인 반면 미국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58개에 그친다. 일본 최대 가상 화폐 거래소 비트플라이는 5개에 불과하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ICO를 금지하다 보니 국산 가상 화폐를 관리도 못 하고, 투자자 보호 논의도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