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를 하다 투자 원금 전체를 잃을 수 있습니다.’
27일 한국거래소의 개인 공매도 모의거래 인증시스템에 접속하자 공매도 투자의 위험성에 대한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공매도를 한 다음 주가가 급등하면 원금을 넘어서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다음 달 3일부터 코스피200, 코스닥150 등 350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재개된다. 금융 당국은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문턱을 낮춰주고자 주식을 빌려주는 증권사와 대여 규모를 키웠고, 투자자 보호 조치도 마련했다. 금융투자협회의 온라인 사전 교육을 30분 정도 들어야 하고, 한국거래소의 공매도 모의 거래 체험을 1시간 이상 하도록 했다.
◇내려갈 주식도 오를 주식만큼 찾기 어려워
공매도 사전 교육은 금융투자협회의 ‘금융투자교육원’ 홈페이지에서 들을 수 있다. 공매도의 개념부터 증시에 미치는 영향, 개인 투자자가 주의할 점 등을 담은 동영상을 약 30분 정도 시청하면 된다.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사전 교육에는 27일 오전까지 8000명이 넘는 개인 투자자가 참여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나중에 다시 사서 갚는 매매 기법이다. 주가가 내려가야 수익이 나는데, 주가가 급등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사전 교육 동영상의 예시처럼 8만원짜리 주식을 100주 산 다음에 주가가 5만원으로 내려갔을 때 사서 갚으면 세금·수수료 등을 감안하지 않을 경우 수익 300만원을 낼 수 있다. 하지만 거꾸로 주가가 20만원까지 오른 상황에서 갚는다면 투자 원금 800만원보다 400만원 더 많은 1200만원의 손실을 본다.
모의 거래 체험은 한국거래소의 ‘개인 공매도 모의거래 인증시스템’에 접속해 회원 가입하고 모의거래용 거래시스템(HTS)을 설치하면 된다. 평일 오전 9시에서 오후 3시 30분까지 정규장 상황에 따라 공매도 거래를 해볼 수 있고, 평일 오후 4시부터 10시 30분 사이나 토요일·일요일·공휴일 등에는 과거 장 상황에 맞춰서 진행하는 ‘리플레이 거래’를 할 수 있다. 27일 오후 3시 현재 3800여명 정도가 모의 거래에 참여했다.
처음 거래를 시작하면 투자 자금 3000만원을 준다. 다음 달 3일 공매도 재개 이후 신규 투자자의 공매도 한도가 3000만원이다. 거래 횟수가 5회 이상이고 누적 차입 규모가 5000만원이 넘어가면 ‘2단계 투자자’로 분류돼 7000만원까지 거래가 가능하고, 2단계 투자자의 공매도 거래 기간이 2년이 넘어가면 3단계 투자자가 되면서 투자 규모 제한이 사라진다.
모의 거래에서 지금까지 한 투자자가 기록한 최고 수익률은 150%. 하지만 총 1시간 동안 진행한 거래에서 많은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았다. SK하이닉스를 13만4000원에 100주 산 다음 13만3500원에 금방 팔았다. 5만원의 수익이 났지만 세금(3만818원)과 수수료(살 때와 팔 때 2000원씩 총 4000원)를 빼면 실제 수익은 1만5000원 남짓이었다. 공매도를 한 다음에 주가가 오르면 팔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웠다.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주가 상승분과 세금, 수수료를 합친 손실을 떠안는다.
◇공매도 재개돼도 증시 폭락 없었다
과거 2차례의 공매도 중단 후 재개에서는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증시 폭락이 없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2008년 10월 1일~2009년 5월 31일) 당시에 공매도가 재개된 당일인 2009년 6월 1일 코스피는 1415.1로 직전 거래일인 5월 29일(1395.89)보다 1.4% 올랐다. 3개월 후에는 16.3% 상승했다.
유럽 재정 위기(2011년 8월 10일~2011년 11월 9일) 때 금지됐던 공매도가 풀린 2011년 11월 10일 코스피가 1813.25로 전날(1907.53)보다 하락했지만 3개월 뒤에는 1993.71로 4.5% 올랐다.
전균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공매도 재개가 현재 시장의 유동성 수준과 기업 실적 개선 국면을 고려할 때 증시에 시스템적 충격을 줄 수 있는 변수는 아니라고 본다”며 “다만 실적 부진 기업 등의 주가에는 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옥석 가리기’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