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운용사 일러스트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한국에서 짐을 싸고 있다.

외국계 운용사의 수익은 대부분 공모 펀드가 차지하는데, 한국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나 상장지수펀드(ETF)를 선호하면서 시장이 축소되고 있어서다.

또 예전에는 외국계 운용사들이 해외 인기 펀드를 단독으로 들여와 판매해 비교 우위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투자자들이 안방에서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강점이 사라졌다. 외국계 운용사는 은행 등 계열사가 있는 국내 금융 그룹에 비해 판매망도 열악하다.

이달 초 블랙록자산운용은 국내 공모펀드 사업 부문을 분할해 DGB자산운용에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블랙록자산운용이 국내에 설정한 26개 공모펀드 전체다. 매각가 등 구체적인 매각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블랙록자산운용은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이 지난 2008년에 설립한 한국 법인이다. 세계 최대 운용사이지만, 한국 투자자들의 외면에 결국 사업을 접게 됐다.

지난 16일엔 호주계 맥쿼리투신운용이 새 주인을 맞았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파인만인베스트는 호주맥쿼리그룹으로부터 맥쿼리투신운용을 인수하고, 사명을 파인만자산운용으로 바꿨다.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맥쿼리인프라(맥쿼리자산운용)와는 별개다.

맥쿼리투신운용이 굴리던 약 70개의 공모 펀드 이름이 조만간 맥쿼리에서 파인만으로 바뀌게 된다. 파인만운용 관계자는 “회사명과 펀드명만 바뀌는 것일 뿐, 투자자 입장에선 달라지는 게 없다”고 말했다.

외국계 운용사의 ‘코리아 엑소더스’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앞서 골드만삭스운용, JP모건자산운용이 한국 시장에서 완전히 떠났고, 피델리티운용은 한국 주식형 펀드를 굴리던 500억 규모의 운용팀 사업을 접었다. 프랭클린템플턴운용은 삼성액티브운용과 합병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주식 투자가 일상화되면서 새로운 교우 관계가 등장했다. 주식 정보와 꿀팁을 공유하는 스톡 메이트(stock mate·주식 친구)가 그것이다.

최근 국내 시장에선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65조4672억원이다. 5년 전(2016년 3월 말·70조7850억원)과 비교하면 역주행했다.

반면 지난해 개인들이 유가증권 시장(47조4000억원)과 코스닥(16조3000억원)에서 총 63조7000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직접 투자한 것과 비교된다. 한국 투자자들은 미국, 중국 등 해외 증시에서도 약 286억달러(약 32조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